권오승 KIST 도핑컨트롤센터장 “어떠한 신기술 도핑도 안통해”
입력 2013-09-01 17:43
“뛰는 도핑 기술 위에 나는 도핑 테스트 기술이 있죠.”
권오승(53·사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장은 국내 도핑 테스트 기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국내 유일의 도핑시료분석기관인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9.79초라는 놀라운 기록으로 남자 100m 우승을 차지한 벤 존슨(캐나다)의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밝혀낸 곳으로 유명하다. 당시 존슨의 시료를 분석한 당사자가 바로 권 센터장이다.
권 센터장은 도핑 기술이 날로 교묘해지고 있다고 했다. “스테로이드 등 금지약물을 복용하거나 주사기로 투여하는 것은 이제는 낡은 수법입니다. 미리 혈액을 뽑아두었다가 다시 수혈하는 방식으로 산소 공급량을 증가시키는 선수도 있죠.”
최근엔 유전자 도핑이라는 새로운 기술까지 나왔다고 한다. “인체에 무해하게 조작한 바이러스 안에 지구력 향상 등에 도움을 주는 유전자를 담아 원하는 세포로 보내는 것이죠. 기존 약물은 인체 세포내 수용체에 작용하여 그 효과를 나타내지만, 유전자 도핑은 특정 유전자에 직접 작용해 원하는 근육을 만들 수 있어요.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각종 첨단장비를 갖춰 유전자에 작용하는 약물까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연간 3회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시료 분석 테스트를 거쳐 매년 인증을 받는다. 전 세계 도핑 실험실은 이 테스트를 똑같이 받는다. 그런데 이 테스트가 만만찮다. 2014년 축구 월드컵과 2016년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브라질은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지난달 말 도핑 테스트 자격을 박탈당했다.
권 센터장은 도핑 테스트를 더욱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기 위해서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와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기구는 독립된 상태로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맡은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공정한 도핑관리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WADA 규정과 일치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글·사진=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