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원 KADA 도핑검사관 “소변 채취과정 끝까지 지켜봐”

입력 2013-09-01 17:44


“이전에 도핑 양성반응을 보인 선수가 또 양성반응을 보이면 정말 속상해요.”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의 윤정원(33·사진) 도핑 검사관은 금지약물을 사용하는 것은 무모한 짓이라고 했다. “금지약물을 사용하면 근력과 집중력이 강화되어 경기력이 향상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약물을 끊으면 경기력이 뚝 떨어져요. 선수들도 이 사실을 잘 알지만 쉽게 약물을 끊지 못합니다.”

도핑의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다. 남자가 합성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면 정액 생산이 감소하고 독성 때문에 간의 기능이 크게 저하된다. 또 혈액 성분에 이상이 생기고 심장질환의 위험도 높아진다. 여자의 경우엔 수염이 나고 몸이 남자의 신체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위험한데도 왜 일부 선수들은 도핑의 유혹에 굴복하는 걸까. 윤 검사관은 “더 좋은 성적을 거둬 더 많은 돈과 명예를 얻으려는 욕심 때문”이라며 “도핑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자칫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윤 검사관은 실험실에서 도핑 검사를 하다 선수들에게 금지약물의 위험성을 알리고 싶어 2011년 2월 현장에 나왔다. 그는 현재 KADA 교육홍보도 맡고 있다.

윤 검사관은 도핑 테스트 과정이 조금 민망하다고 했다. “도핑 대상자는 상의를 가슴까지 올려야 하고, 하의는 허벅지까지 내려야 합니다. 긴소매를 입은 경우 팔꿈치 아래까지 접어 올리도록 합니다. 검사관은 도핑 대상자의 소변 채취 과정을 지켜봅니다. 꼼수를 부리지 못하게 하려면 어쩔 수 없어요.”

윤 검사관이 털어놓은 에피소드 한 가지. “2011년 동계체전 때 빙상 종목에서 한 여중생의 소변을 받을 때 일입니다. 사춘기의 어린 선수가 너무 예민해져 소변을 못 봐 오후 4시부터 밤 12시까지 기다린 적도 있어요.”

윤 검사관은 한국이 언제까지나 금지약물 청정국으로 남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마추어와 프로 모두 도핑방지 교육을 강화해 금지약물을 사용하면 신세를 망친다는 인식을 심어 줘야 합니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