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RO 조직 가입 때 “우리 우두머리는 김정일” 선서받아…이석기 의원 사전 구속영장 내용
입력 2013-08-31 00:51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된 통합진보당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이 30일 구속 수감됐다. 1980년 이후 내란음모 혐의로 구속된 첫 번째 사례다.
수원지법 시진국 영장전담 판사는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인정되며 사안이 중대하다”며 국가정보원이 수원지검을 통해 청구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구속 수감된 3인은 홍 부위원장과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이다. 전날 홍 부위원장 등이 체포집행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석방을 요구하며 청구한 체포적부심은 기각됐다. 이들은 국정원 조사는 물론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지난 5월 서울 합정동에서 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총책인 비밀조직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 130여명과 비밀 회합을 갖고 전쟁 발발 시 경찰서 지구대나 무기고,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 기간시설 파괴를 모의하고 인명살상 방안을 협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5월 100여명이 참석한 모임에서 북한 주장에 동조하는 발언과 혁명가요인 ‘적기가(赤旗歌)’를 부른 혐의도 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내란음모, 주체사상 학습 등에 의한 이적 동조, 이적 표현물 소지 등 혐의가 적용됐다”고 설명했다.
홍 부위원장 등은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서울 내곡동 국정원 본원을 오가며 조사받을 예정이다.
한편 RO가 조직원들을 가입시킬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우두머리로 받든다는 내용의 선서를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 당국에 따르면 RO는 엄격한 자격 심사를 거쳐 조직원들을 받았는데, 사상 검증을 위한 선서 절차를 거쳤다. ‘우리의 수(首·우두머리)가 누구인가’라고 물으면 “비서동지(김정일)”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는 “R(혁명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이 1989년 만든 ‘반제청년동맹’은 그 결성 배경을 “우리의 R운동은 반미자주화, 반파쇼민주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이라는 3대 강령을 내세운다”고 밝힌 바 있다. RO 수뇌부는 선서를 받은 뒤 조직원 5대 의무와 강령 등을 보안상 구두로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수원지검을 통해 청구한 이 의원 사전구속영장에도 이런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이 RO를 사실상 국가보안법상의 반국가단체로 수사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구속영장에는 지난 3월 경기도 광주 곤지암 모처에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에게 3가지 특별 지시를 내리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이 의원은 그 자리에서 이 고문에게 ‘비상연대 조직 결성’ ‘광우병 파동 때와 같은 대중 선전전 시작’ ‘미군 레이더 기지 관련 정보 수집’ 등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같은 달 초 일방적으로 정전협정 파기 선언을 했었다. 이 의원의 지시도 이런 급박한 정세를 감안한 조치였을 가능성이 있다.
공안당국은 이와 함께 RO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이 의원의 국회 입성을 위해 조직 차원에서 적극 지원 작업을 벌이고, 당선 이후에는 진보당 당직 장악을 꾀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최소 5~6명의 RO 조직원이 진보당 국회의원 보좌진이나 당직자로 활동 중이라는 게 공안당국 판단이다.
지호일 기자, 수원=김도영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