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이석기 “난 뼛속까지 평화주의자…사퇴 안해”
입력 2013-08-30 22:24 수정 2013-08-31 00:38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은 국가정보원의 내란음모 혐의와 관련된 녹취록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은 있다”면서도 “‘오는 전쟁을 맞받아치자’고 한 것은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이 공멸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뜻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법 절차가 진행되면 진실을 위해 당당하게 임하겠다”며 “내란음모니 반국가단체 동조니 하는 국정원의 날조와 모략에 대해 한치의 타협 없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 의원은 30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5월 12일 진보당 경기도당 ‘RO(혁명조직) 모임’의 강연 사실을 시인했다. 그는 “한반도에 전쟁이 예고돼 있다면 그에 걸맞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양측의 군사행동이 본격화되면 앉아서 준비만 할 것인가’라고 물어본 것이다. 60년 정전체제를 끝낼 기회로 바꿔내는, 좀더 적극적이고 주동적인 항구적 평화를 실현할 기회로 바꾸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와 정세 인식이 다르다고 해서 비판할 수는 있지만 내란음모죄라는 어마어마한 죄는 납득할 수 없다”며 “그래서 날조와 모략이라고 규정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는 전쟁에 반대하고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는 말도 했다.
이 의원은 녹취록 전체를 부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인명살상 파괴지시 혜화동(전화국) 유류저장고 등의 (파괴) 지시에 대해 철저히 부정한다”면서 “(분반 토론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전혀 모른다. 다른 분반에 참석한 적이 없다. 강연이 끝나고 바로 떠났다”고 답했다.
‘북은 옳고 남은 틀리다고 발언했느냐’는 물음에는 “그런 적 없다”고 했고, “총기 운운한 적도 없다. (전쟁을 준비하자고) 말한 적 없다. 평화체제를 위한 적극적인 준비를 하자고 한 것”이라고 부인했다.
그러나 국정원은 이에 대해 “이 의원의 기자회견은 한·미는 전쟁세력, 북한은 평화애호 세력인 양 호도한 것”이라며 “북한이 주장해온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전환을 지속적으로 내세웠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의 “전쟁이 벌어진다면 민족의 공멸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평화를 실현하자는 뜻”이라는 발언을 “우리의 전면대결전은 조선반도에서 침략과 전쟁의 화근을 송두리째 들어내고 조선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기 위한 정의의 성전”이라는 3월 31일자 북한 노동신문 사설과 비교하기도 했다.
“이승만 정권의 보도연맹 사건을 봐라. 무려 20만명의 무고한 사람이 학살당하지 않았느냐”는 이 의원 주장에 대해서도 북한의 대남 선전 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가 6월 22일 내놓은 “조선전쟁 때 처형된 보도연맹 성원의 수가 최소 20만명”이라는 발표를 인용한 것이라고 국정원은 논박했다.
한편 이 의원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으로 활동하며 KBS 측에 북한과 중국, 러시아 연해주 등 동북아 지역 한인동포들을 위한 라디오 방송인 ‘한민족방송’에 출연한 탈북자 명단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KBS 측은 탈북자들의 안전을 위해 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은 이밖에도 자신이 속한 상임위뿐 아니라 다른 상임위 소관 기관들에까지 모두 360여 차례 자료를 요청해 310차례 제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는 전력공급이 단계적으로 중단될 경우 지상파 TV와 라디오, 이동통신사 가운데 어디서부터 차단되는지, 대책은 뭔지 등을 묻는 자료도 포함됐으며, 주한미군 관련 자료도 요구했다고 한다. 국회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이 의원의 요구 목록에는 국회 정보위 차원에서 다뤄야 할 내용들이 일부 포함됐다”고 말했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