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물投 작전 판치는데 승엽은 지치고 대호는 없고… 홈런 대흉작

입력 2013-08-30 18:40

한국 프로야구에서 거포가 사라졌다.

이승엽(삼성)이 2003년 56홈런으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이후 홈런왕은 대체로 30개를 조금 넘기는 수준에서 결정되고 있다. 2010년 당시 롯데 소속이던 이대호가 44홈런을 기록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올 시즌 홈런왕 역시 25개로 1위를 달리는 박병호(넥센), 24개로 공동 2위에 올라있는 최정(SK)과 최형우(삼성)의 홈런 페이스를 봤을 때 30개를 조금 넘기는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는 홈런으로 뜨겁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크리스 데이비스(볼티모어)와 미겔 카브레라(디트로이트)가 각각 47개와 43개를 기록하며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 30여경기가 남은 만큼 두 선수는 50홈런을 넘길 것으로 기대된다. 또 일본에서는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51개로 오 사다하루(왕정치)와 터피 로즈, 알렉스 카브레라가 보유하고 있는 일본 프로야구 한 시즌 최다홈런 55개에 4개 차로 다가서 있다. 최근 발렌틴이 오 사다하루의 기록을 깨지 못하도록 투수들이 암묵적으로 고의 사구를 남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논란이 일 정도다.

한국에서 홈런왕은 물론 리그 전체 홈런 수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현격하게 적은 이유는 뭘까.

호쾌한 야구는 줄어들고 세밀한 야구의 경향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전체적으로 가벼워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필승계투조로 리드를 지키는 야구, 번트로 1점이라도 점수를 내는 작전야구를 선호하다 보니 장거리타자 자체가 줄었고 홈런타자마저 스윙을 줄이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아마추어 야구에서 장타가 많이 나오는 알루미늄 배트보다 정확성이 요구되는 나무 배트를 쓰면서 거포 육성 자체가 힘들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투수들의 수준이 전체적으로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있다. 직구와 슬라이더, 커브 정도로 레퍼토리가 단순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투수들이 투심이나 싱커, 포크볼과 서클체인지업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면서 타자들이 장타를 때리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어쨌든 ‘야구의 꽃’이라는 홈런이 줄면서 팬들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사라진 것만은 분명하다. 홈런을 부활시키기 위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