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성향 역사교과서 검정 통과… 이념갈등 예고
입력 2013-08-30 18:23 수정 2013-08-30 22:32
이승만→건국의 아버지 박정희→산업화 아버지
뉴라이트 계열 보수 성향 학자들이 집필해 진보 진영으로부터 ‘우편향’ 공격을 받았던 한국사 고교 교과서가 30일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 심의를 최종 통과했다. 2017학년도부터 수능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를 내년 고1부터 모두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이 교과서의 채택 여부를 둘러싸고 보수-진보 간 역사관 충돌과 이념갈등이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이날 고교 교과서에 대한 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최종 심사에 오른 8종 모두에 대해 합격 판정을 내렸다. 이 가운데 교학사가 출간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논란의 대상이다. 필자는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와 이명희 공주대 교수, 4명의 고교 교사다. 권 교수와 이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 단체로 분류되는 한국현대사학회에서 각각 회장을 맡았거나 맡고 있는 인물이다.
공개된 교과서 내용은 ‘제주 4·3사건’ ‘5·16 군사정변’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에 대한 기술에서 보수층의 시각을 대변한 것으로 평가된다.
교과서는 5·16 군사정변에 대해 “헌정을 중단시킨 쿠데타였다. 하지만 반공과 함께 자유우방과의 유대를 강조하였다. 대통령 윤보선은 쿠데타를 인정하였다. 육사 생도도 지지 시위를 하였다. 미국은 곧바로 정권을 인정하였다”(324쪽)며 긍정적으로 기술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체결했던 ‘한일협정’의 경우에는 “일본의 식민지배에 대한 배상은 해결되었다”라던 당초 평가를 수정권고에 따라 “부분적으로 해결되었다”(353쪽)고 바꿨다. 하지만 수정안 역시 강제징용 등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정부의 논리와 유사한 접근이다.
이명박정부에 대해서는 “2050클럽에 대한민국이 세계 7번째로 들어가게 되었다”고 성과를 소개한 반면 노무현정부를 기술한 대목에서는 ‘법치 규범의 약화’ ‘행정수도건설법 위헌’ ‘안보 소홀’ 등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
진보 진영에서는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가 역사적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어 내년 3월 일선 고교의 교과서 채택을 앞두고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국역사교사모임의 한 교사는 이날 “국사편찬위원회의 교학사 교과서 수정 보완 대조표를 열람해 본 결과 분단 과정에서의 소련의 역할이나 ‘5·16’ 관련 저술 등 문제될 만한 부분이 있다”며 “교육감 성향에 따라 각 학교가 교과서를 선택하는 기준이 달라진다면 학생들이 겪는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역사 교사 역시 “아직 교과서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역사학계에서 저자들이 밟아온 행보를 돌아봤을 때 심히 걱정된다”며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시점에서 교육부가 어떤 생각으로 특정 성향 사관 중심의 교과서를 통과시켰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지난 2월 인사청문회 당시 ‘5·16’에 대한 의견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교과서에 기술된 것을 존중한다”면서도 “그 문제에 대해 직답을 못 드리는 이유를 이해해 달라”고 어정쩡한 답변을 해 학생들에게 올바른 역사교육을 할 의무가 있는 교육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