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벼랑끝 진보당… “마녀사냥” 주장하며 李 구하기 올인

입력 2013-08-30 18:11

통합진보당이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인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벼랑 끝으로 몰리는 모습이다. 진보당은 ‘이석기 구하기’에 올인하며 ‘마녀사냥’이라는 입장을 이어갔다. 하지만 이 의원의 거취와 함께 진보당도 정치적 빈사상태를 맞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녹취록 등장인물, “전체 취지 왜곡”=30일 언론에 공개된 ‘5·12 녹취록’에는 ‘전쟁’과 ‘준비’라는 단어가 수도 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녹취록 공개 뒤에도 진보당은 ‘날조 조작극’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녹취록에 등장하는 김근래 경기도당부위원장은 “전체 취지가 왜곡됐다”며 국회에서 반박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부위원장은 “행사 주최 취지와 토론 취지와는 전혀 다른 방향에서 국가기간 시설 파괴로 왜곡했다”며 “목숨을 거는 심정으로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주장했다. 녹취록을 보면 김 부위원장은 “적들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전기·통신 분야에 대한 공격을 하는 것까지 포함해 여러 의견이 나왔다”고 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기자회견에는 국가정보원의 압수수색 대상이던 김홍렬 경기도당위원장도 나왔다. 이들은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면서도 공개된 발언이 실제로 없었는지에 대해선 확답하지 못했다.

또 5월 모임이 RO(혁명조직) 회합이 아니라 공개 강연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강연은 당원들에게 공지되지 않았고 개별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통보하는 방식으로 열렸다. 또 경기도당 명의가 아닌 당원 개인 이름으로 장소를 대관했다. 이에 대해 이들은 “모든 행사를 다 공지하진 않는다”며 “종교 시설이라 개인 이름으로 빌렸다”고 해명했다. “적기가도 부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의원 두문불출, 당은 촛불시위=이 의원은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동안 같은 당 소속인 오병윤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며 숙식을 해결했다. 이날도 맞은편 자신의 의원실로 잠깐 다녀왔을 뿐 대부분 시간은 오 의원 실에서 보냈다.

녹취록 공개 이후에도 진보당은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발악’으로 규정했다. 이 의원을 비롯한 진보당 지도부는 오전 이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대한 국정원의 압수수색이 끝난 뒤 국회에서 대책회의를 가졌다.

오후에는 부산 서면에서 ‘시국당원대회’를 가진 데 이어 시민단체로 구성된 ‘시국회의’가 개최하는 국정원 대선개입 규탄대회에 참석해 박근혜정부와 국정원을 성토했다.

그러나 여론은 싸늘하다. 일각에서 녹취록에 드러난 이들의 발언이 치기어린 ‘돈키호테’ 수준의 무장 시나리오라는 반응도 있지만,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 의원과 진보당을 비난하며 당 해산 청원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글이 넘쳐났다. 진보당 스스로 “이번 사건은 이 의원 개인 사건이 아니다”며 당 전체가 나선 모양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이 어떤 사법적 판단을 받느냐에 따라 진보당의 향배도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