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한국은 美 식민지” 생각 불변… 의원 이석기= 20년전 투사 이석기

입력 2013-08-30 18:18 수정 2013-08-30 22:22


지하혁명조직 민혁당의 핵심 간부 ‘이석기’와 현역 국회의원 ‘이석기’.

국가정보원이 확보한 지하조직 ‘RO’의 비밀회합 녹취록을 보면 이 의원의 인식체계는 20여년 전 민혁당 간부로 활동할 때와 한치의 변화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한국사회는 여전히 ‘미 제국주의’의 식민지배를 받고 있고, 통일 혁명을 위해 무너뜨려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 의원은 1992년 결성된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의 경기남부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 구성 등 혐의로 2003년 징역 2년6개월이 확정됐다.

당시 1·2심 판결문(상고 포기)에 따르면 그는 ‘남한에서 미제와 그 앞잡이를 몰아내고 자주·민주·통일의 새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남한의 혁명운동을 북한의 혁명 역량과 연결시켜야 한다’고 인식했다. 이 의원에게 김일성 주석은 ‘절세의 애국자’였다. 그는 1989년 민혁당 전신인 ‘반제청년동맹’ 결성 멤버기도 했다. 반제청년동맹은 1927년 김일성 주석이 학생들로 조직했다는 단체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지도 이념은 ‘김일성 주체사상’으로 채택했으며, 결성 선언문에서 ‘반미 민족해방 투쟁은 민족 재생활로를 개척하는 유일한 길이다…시대는 새세대 청년 혁명 투사들의 조직적 투쟁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지난 5월 서울 서교동의 비밀회합 때도 “미 제국주의 군사적 방향과 군사체계를 끝장내겠다는 조선 민족의 입장에서 주체적이고 자주적으로 이 정세를 바라보고 준비해야 한다”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그는 “준비된 승리를 위해 철저한 군사적 준비를 해야 한다”는 독려도 했다.

‘강철서신’의 저자 김영환씨 등과 만든 민혁당은 ‘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을 달성하기 위한 노동자, 농민의 지하 전위당’을 표방했다. 특히 혁명 수행 방법으로 ‘기업체 학생 농민 청년 등 단체나 조직을 장악하고 이들을 대정부 투쟁으로 이끌어내 폭력적 투쟁으로 사회주의 정부를 건설한다’고 내걸었다.

‘혁명’ ‘투쟁’ ‘폭력’ ‘주체’ 등 선동적 용어를 사용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적대시하고 북한을 찬양하는 그의 사고관은 지난 5월 회합 때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민혁당 시절과 마찬가지로 그는 한국과 미국을 ‘놈들’이라고 지칭했다.

이 의원은 “지배세력이 60여년 동안 형성했던 현 정세를 무너뜨려야 한다”며 “온갖 방해와 책동, 공작이 들어올 건데 당연하다. 시작된 전쟁을 끝내자”고 강조했다. 또 “미국놈들하고 붙는 대민족사의 결전기에서 우리 동지부대가 저놈들의 모략책동을 분쇄하고 선두 역할을 한다면 이 또한 명예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 의원이 총책인 지하조직 RO의 뿌리 역시 민혁당이라는 게 공안 당국의 판단이다. 2003년 광복절 특사로 풀려난 뒤 민혁당 잔존 세력을 중심으로 새로운 조직을 결성했고, 주사파 세력의 1인자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이 의원이 연락을 돌리면 각 조직 팀장들이 모이는 데 2시간이 채 안 걸렸다고 한다. 대규모 회합에 참석했다가 처음 보는 얼굴이 있으면 바로 해산시킬 정도로 막강한 지위를 갖고 있었다고 공안 당국은 전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민혁당 사건 이후 여러 관련자들이 전향했지만 이 의원은 줄곧 북한의 혁명전사로서 활동해 왔다”며 “예전의 사상을 현재까지 이어오면서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과격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