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손에 넣은 휴대전화·메모리카드 잃어버리고… ‘엉성한’ 압수수색

입력 2013-08-30 18:13


국가정보원은 지난 28일부터 2박3일간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집중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대치과정에서 압수수색 범위가 축소되고, 보좌관에게서 압수한 물품이 분실돼 압수수색 자체가 무효화되는 황당한 일도 발생했다. 내란음모 혐의라는 초유의 공안사건에 걸맞지 않은 어설픈 압수수색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압수수색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국정원의 압수수색은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1차는 28일 오전 8시10분부터 29일 오전 0시45분까지였고, 이 의원 보좌관인 우위영 전 대변인의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이었다. 2차는 29일 오후 2시30분부터 30일 오전 2시30분까지 이 의원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과 집무실 수색이다. 이후 3차는 다시 우 전 대변인의 주거지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이었다. 국정원 수사관들은 30일 오전 7시쯤 수색을 종료하고 철수했다.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국정원이 압수해간 물품은 모두 11종”이라며 “과거사정리위원회가 발간한 자료, 민주당이 작성한 ‘여론조사로 본 단일화 정부, 시사점 및 제언’ 등 문건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가장 어이없는 일은 국정원 수사관들이 우 전 대변인의 휴대전화와 메모리카드를 분실한 것이다. 당초 국정원은 1차 압수수색에서 우 전 대변인의 메모리카드를 분실했다. 진보당 측은 3차 압수수색이 시작되자 이 문제를 제기했고, 양측이 압수물품 목록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도 분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처음에는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가 압수수색 장면을 촬영한 영상물을 확인한 뒤 분실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보당 측은 “증거조작 행위”라고 강력히 항의했고, 국정원은 우 전 대변인에게 압수한 물품을 전부 돌려줬다. 우 전 대변인을 10시간 이상 압수수색했지만 결국 없던 일이 된 셈이다.

압수수색은 시작부터 꼬인 측면이 있다. 국정원은 첫날 이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을 광범위하게 압수수색하려고 했지만 진보당의 육탄방어에 밀려 실패했다. 양측은 이 의원 신체와 집무실만 압수수색하는 것으로 타협을 봤다. 사무실 내 다른 보좌진들의 책상은 수색하지 못해 축소수색이라는 지적이 있다.

29일 오후 10시쯤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이 고조됐고 오후 11시40분쯤에는 압수물품 목록을 놓고 충돌하면서 3시간 동안 수색이 중단됐다.

국정원은 2차 압수수색에서 이 의원과 직접 관련된 파일만 복사하는 방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한다. 국정원 측이 진보당 관계자들을 향해 “실컷 떠들어라” “당신들은 원래 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자극해 압수수색이 더 어려웠다는 관측도 있다. 한편 국정원은 이날 오후 여의도 국회 인근 우 전 대변인 원룸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벌였고 진보당 측은 “압수수색 종료를 선언해 놓고 다시 여성의 거주지를 포위한 것은 치졸한 복수”라고 비난했다.

엄기영 정건희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