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제 전투기 설계자 삶 다룬 日 영화 ‘바람이 분다’ 흥행 돌풍

입력 2013-08-30 17:51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72) 감독의 신작 ‘바람이 분다’가 일본에서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30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이 영화는 박스오피스 6주 연속 1위를 달리며 지난 26일까지 누적 관객 649만6388명을 기록했다. 이 영화는 곧 한국에도 개봉된다.

영화는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 특공대의 공격에 쓰인 전투기 ‘제로센(零戰)’의 설계자 호리코시 지로(1903∼82)의 삶을 다룬 작품이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아름다운 비행기를 만들겠다는 꿈에 매진한 끝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전투기 제작에 성공한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 전투기가 전쟁과 군국주의에 기여하는 결과로 이어진 데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미야자키 감독은 논란에 대해 여러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교도통신에는 “시대를 열심히 살아 간 사람을 그 이유만으로 단죄해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요미우리에는 “그때 비행기를 만들려면 군용기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 호리코시 지로가 옳다고 생각하고 영화를 만든 것은 아니지만 그가 잘못했다고 쉽게 단정 짓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최근 미야자키 감독은 지브리스튜디오에서 매달 발행하는 소책자에 일본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하는 글을 기고한 바 있다. 해당 기고문에서 미야자키 감독은 “선거를 하면 득표율도 투표율도 낮은데 혼잡한 틈을 악용해 즉흥적인 방법으로 헌법을 개정하는 건 당치 않은 일”이라 밝히고 위안부 생존자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벼랑 위의 포뇨’ ‘이웃집 토토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의 애니메이션을 연출하며 특유의 급진 생태주의로 이름을 떨쳤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