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이후 정보예산 58조원… 美 ‘스파이 제국’으로 변신

입력 2013-08-30 17:50

스노든이 폭로한 ‘2013 예산안’으로 베일 벗은 미 정보기관

워싱턴포스트(WP)가 미국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을 폭로했던 에드워드 스노든으로부터 입수한 미 정보기관들의 2013 회계연도 예산안을 30일 보도하면서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이들 기관의 지출 및 활동내역이 자세히 드러났다. 2007년 이후 미 정보기관의 예산 총액은 공개됐지만 구체적인 내역은 적국을 이롭게 한다는 이유로 비밀에 부쳐 왔다. 그래서 ‘검은 예산(Black Budget)’으로 불렸다.

◇냉전 절정기보다 정보예산 많아=미국은 9·11테러 사건 이후 대규모 자원을 투입해 정보기관들의 역량을 재편했다. 이 기간 미국은 5000억 달러(약 58조5000억원) 이상을 정보 분야에 투입했다.

그 결과 미국은 막대한 정보 자원을 가진 ‘스파이 제국’으로 변신했다. 오는 9월 30일로 만료되는 2013 회계연도의 정보기관 총예산은 526억 달러로 전년보다 2.4% 줄었지만 9·11테러가 발생한 2001년보다는 2배 가까이 늘어났다. 군 정보예산까지 합치면 756억 달러로 냉전 절정기였던 1980년대 말보다 규모가 크다. 이 예산 규모는 영국, 일본, 프랑스의 전체 국방예산보다도 큰 것이다. 16개 미국 정보·첩보기관의 종사자는 2만1800명의 계약직을 포함해 10만703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CIA, 미 정보기관의 제왕 복귀=특히 CIA는 최근 들어 관련 예산이 많이 늘어나 2013년 예산이 147억 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외부의 추정치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며 스노든이 소속했던 국가안보국(NSA)의 예산 105억 달러보다 50%가량 많은 액수다. CIA는 냉전 종식과 9·11테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위상이 약화됐으나 몇 년 전부터 알카에다 활동지에 대한 준군사작전과 드론(무인기) 공격을 맡는 등 입지를 크게 강화했다. 9·11테러 당시 CIA에 배정된 금액은 정보기관 총예산의 10%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약 3분 1을 가져가는 셈이다.

◇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본격화=CIA와 NSA는 외국의 컴퓨터 네트워크를 해킹해 정보를 수집하고 작동을 방해하기 위한 새로운 ‘공격적 사이버 작전’도 시작했음이 드러났다. 사이버 작전에 배정된 예산은 43억 달러였지만, 국방부와 국토안보부가 주로 이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전체 사이버작전 예산의 일부일 뿐이라고 뉴욕타임스는 분석했다.

◇“내부 폭로 4000건 조사” 예정=미 정보기관들은 스노든의 폭로가 있기 전부터 내부 폭로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NSA는 2013년 예산안에서 최소한 4000명의 잠재적 내부 폭로자를 정기적으로 조사한다고 밝혔다. 정부 예산안이 지난해 2월 제출된 것을 감안하면 NSA는 스노든이 등장하기 한참 전부터 내부 폭로를 염려해온 것으로 보인다. 직전 회계연도에는 외국 정보기관의 침투를 막고 내부 배신을 막기 위한 예산이 대부분 위키리크스 폭로로 노출된 비밀에 대응하는 데 전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8시간 만에 빈 라덴 신원 확인=미국은 2011년 5월 알카에다 최고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그의 은신처를 휴대전화 통화분석을 통해 찾아낸 것으로 확인됐다. NSA는 휴대전화 수신번호와 통화시간 등을 분석해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비밀 전화번호를 찾아냈다. CIA는 이를 기반으로 조직원들의 위치를 추적했고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3층짜리 저택을 빈 라덴의 은신처로 지목했다.

정보당국은 위성 카메라로 은신처 구조를 해부해 작전을 지원했다. 미 국가정찰국(NRO)이 관리하는 위성 여러 대는 387장 이상의 고해상도 사진과 적외선 사진을 찍어 핵심 첩보를 확보했다. 이 위성들은 5월 2일 새벽 사살작전이 시작되자 파키스탄 쪽으로 수십 개의 수신기를 겨누고 영상·통신 신호를 분석했다.

빈 라덴이 사살된 후 미군 정보기관이 그의 시신을 대상으로 DNA 검사를 실시해 신원을 확인한 사실도 드러났다. 빈 라덴에 대한 공격 작전 8시간 후에 미국 국방 정보국(DIA)이 운영하는 법의학 정보팀이 빈 라덴의 시신에 대한 DNA 검사를 시행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