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명장으로 살기] ‘기술입국’ 우리가 살 길은 기술뿐입니다
입력 2013-08-31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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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년 전 칼바람 부는 겨울날 전북 고창의 어느 읍내에서 시계점 안을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굶주린 시골 소년이 있었다. 중학교를 때려치우고 무작정 상경한 그는 남대문 시계학원을 찾아갔다. 모든 허드렛일을 도맡아 할 테니 배우게만 해달라고 떼를 쓰는 중학생 앞에 학원 원장은 두 손을 들었다.
하루에 여섯 차례 진행됐던 학원의 모든 강의를 다 들었다. 실력이 쑥쑥 늘었다. 원장은 지방기능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세 차례 지방대회에서 낙방한 뒤 1973년 우승을 차지했다. 이듬해엔 전국대회 정상에 올랐고 1975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귀국길엔 김포공항에서 시청까지 카퍼레이드도 펼쳐졌다. 청와대로 직행해 참석한 환영행사에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동탑산업훈장을 목에 걸어줬다. 옆에 서있던 박근혜 영애가 봉투에 든 하사금을 건넸다. 100만원. 당시 서울 잠실 소형 아파트 한 채 가격이 85만원이었다. 이후 미도파백화점 등에서 일하며 대기업 부장급 월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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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청와대에선 지난달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한국 선수단을 치하하기 위한 오찬이 열렸다. 한국 선수단은 금메달 12개, 은메달 5개, 동메달 6개로 대회 통산 18번째 종합우승이자 2007년 일본대회 이후 대회 4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특히 선수단이 참가한 37개 직종에서 41명의 참가자 전원이 입상하며 기술강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무리 새로운 첨단 과학기술도 여러분 같은 뛰어난 기능 인재들의 창의적이고 숙련된 기술이 뒷받침돼야만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기능 인재와 숙련 기술인을 더 많이 육성해 그분들이 산업 현장에서 장인으로 성장할 때 우리 경제의 기초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고, 창조경제 구현과 제2의 한강의 기적도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10대 후반∼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이 가득 메운 오찬장 한편에 초로의 신사가 앉아 있었다. 38년 전 마드리드에서 금메달을 따고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훈장을 받아들던 그 청년이었다. 최창묵(58) 시계수리 분야 대한민국명장. 이제는 대한민국명장회장 자격으로 후배 기능올림픽 선수단을 잘 이끌어준 공로를 인정받아 따님 대통령으로부터 격려 오찬에 초대를 받았다.
최 명장은 자나 깨나 기술인이 진정으로 우대받는 사회를 꿈꾼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이 살 길은 기술뿐이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