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일도 칼럼] “호프스쿨이 최고야!”

입력 2013-08-30 17:03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지원으로 세워진 네팔의 다일 호프스쿨은 호프클래스로 시작했으나 지난해 호프스쿨로 승격해 올 봄 첫 입학식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카트만두 빈민촌에서는 처음으로 체계적인 교육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습니다.

다일 호프스쿨은 떠라이 지방의 아이들과 인도에서 온 이주민 아이들, 카트만두 빈민촌에서도 환경이 가장 열악한 아이들을 중심으로 학급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대부분 구걸을 하며 살아온 아이들입니다. 가난과 굶주림 속에서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구걸밖에 없었습니다. 도심까지 걸어와 관광객에게 손 벌려 구걸하는 일이 일상의 반복이었던 아이들에게 큰 혁명이 일어난 것입니다.

다일 호프스쿨에 입학하려면 이 ‘구걸정신’부터 버려야 합니다. 다시는 구걸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아이들과 부모에게 받습니다. 또 아이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쓰기 위해 부모가 요구하는 노동을 강요하지 못하며 매일 일정 시간 공부를 시키겠다는 서약도 받습니다. 입학한 아이의 가정에는 식량을 배급하고 생활용품을 공급해 자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네팔을 비롯, 오지나 절대빈곤층을 위해 파송받은 해외 다일공동체는 ‘포, 포틴(4세부터 14세) 전략’에 의하여 이 나이에 해당되는 빈민가정 아이들을 훈련시키고 학습능력에 따라 반을 나눠 일대일의 기초교육을 철저히 시킵니다. 캄보디아 다일공동체는 10년이 지난 오늘, 이미 지역주민이 부러워하는 유치원 두 곳과 방과후교실을 갖추고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트만두의 다일 호프스쿨은 이제 시작입니다. 총 4개반으로 구성돼 네팔어, 한국어, 영어, 음악, 미술, 체육, 사회, 도덕, 과학 등의 수업이 이뤄집니다. 특히 4개반은 내년 초 일반 공립학교로 편입하는 시험을 볼 수 있도록 날마다 집중적으로 공부를 시킵니다. 다일 호프스쿨에서 가장 똑똑한 아이들 10명이 불철주야 공부하는 모습을 제가 어제, 오늘 곁에서 지켜봤습니다.

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양육하는 다섯 분의 선생님 모두는 카트만두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분들입니다. 더 좋은 교육 환경과 대우를 거절하고 빈민촌에 오셔서 한명 한명 아이들을 예수 사랑으로 키워주시는 모습이 너무도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조회시간 가슴에 손을 대고 네팔 국가를 부르는 4세 꼬마부터 14세 청소년까지, 이 빈민촌에서 태어나 단 한번 제대로 교육받아 본 일이 없는 우리 아이들의 얼굴에선 진지하다못해 숙연해지기까지 했습니다.

5년 전부터 이 현장을 방문해 빈민촌 아이들에 대한 학습효과를 선생님들과 함께 점검해왔는데, 금번 네팔 다일공동체를 방문해 가장 놀란 것은 아이들의 눈빛에서 새 시대에 걸맞은 네팔의 희망을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이른 아침 다일 호프스쿨을 찾아온 어린 아이들의 눈빛을 살펴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새싹이 쑥쑥 자라고 있었습니다. 외국인의 시선은 일단 피하고 방어적인 태도부터 가졌던 아이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다가와 진심으로 인사하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이었는지, 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먼저 인사하는 법이 없고 예절도 모르던 아이들이 사회·도덕 시간에 바른 믿음과 바른 삶 같은 기초교육을 받은 것이 현장에서 보여진 것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해서 가난과 미신에서 오는 고통과 설움을 깨끗이 씻어내고 떳떳하게 살아보겠다는 결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이 아이들은 다일 호프스쿨이 세워지기 5년 전 네팔 다일공동체 개원과 함께 기본 교육과 함께 공동체 정신, 자활 의지를 키워나가고 있었습니다. 개인주의가 아닌 ‘우리’의 공동체 정신을 어려서부터 철저히 배운 보람과 열매가 이제야 나타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밭에 감추인 보화처럼 무한한 생명력으로 네팔의 미래를 책임질 귀한 인물들이 될 꿈나무들을 바라보는 자원봉사자들마다 흐뭇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교실 복도에서 선생님과 눈을 맞추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책을 읽는 아이들의 음성을 듣는 제 마음속에는 다일 호프스쿨에 대한 신뢰와 감사가 넘쳐납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가난하고 헐벗은 나라라고 알려진 네팔이지만 다일공동체와 다일 호프스쿨로 인해 네팔의 미래는 정말 밝습니다. 산인지 구름인지 모를 저 높은 곳 히말라야 만년설 쪽을 바라보면서 저도 모르게 외쳤습니다. “교장 선생님이 되시는 우리 예수님이 최고야! 네팔의 다일 호프스쿨이 최고야!”

(다일공동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