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순교소재 공연 줄이어… 가을엔, 순교자를 돌아보게 하소서
입력 2013-08-30 17:52
“가을에는/사랑하게 하소서/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 중 가운데 연이다. 순교자는 이 시처럼 오직 하나님 한 분을 증거하다 스러져 갔다. 올가을 순교자의 길을 돌아보게 하는 문화 공연이 줄 잇는다. 북한 지하교회가 현재 진행 중인 순교라면, 주기철 손양원 목사는 과거의 순교다.
◇현재의 순교=북한 크리스천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아유레디(Are you ready?)’가 다음달 26일 개봉된다. 아유레디는 북한 지하교회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줄 예정이다. 또 지하교회 순교자에 대한 증언도 나온다. 제작사 관계자는 30일 “지하교회 순교를 직접 목격한 사람의 인터뷰가 담겨 있다”며 “한국 교회에 파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유레디는 먼저 한국 기독교의 연원을 찾아간다. 영국 출신 선교사 토마스 목사는 1866년 제너럴 셔먼호를 타고 왔다 바로 피살됐다. 토마스에게 성경을 받은 이들은 훗날 크리스천이 된다. 대천덕 신부, 오대원 목사 이야기도 있다. 영화는 서양 선교사의 순교와 전도가 한국 기독교의 시작이었음을 상기시킨다.
이어 북한의 실상을 전한다. 북한 주민을 상대로 사역하는 이들의 발언, 지하교회를 직접 체험한 탈북자의 증언이 담겼다. 아유레디는 북한, 나아가 통일을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는다. 과거 순교자와 같은 헌신이 절실한 시점인지도 모른다. 북한 지하교회를 다룬 영화 ‘사도-신이 보낸 사람’도 후반 작업이 진행 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사도는 북한의 강압 체제에서 벌어지는 한 마을의 슬픈 이야기다.
뮤지컬 비지트(Visit)는 살인을 저지른 동생을 대신해 형이 사형을 당한 이야기다. 동생을 위한 순교다. 다음달 23∼29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의사로 헌신하다 숨진 이태석 신부의 이야기는 뮤지컬 ‘울지마 톤즈’로 재탄생, 다음달 5∼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른다.
◇과거의 순교=신사참배에 반대하다 감옥에서 소천한 주기철 목사와 오정모 사모의 이야기를 2인극으로 만든 ‘일사각오’가 찾아온다. 경기도 용인 상현동 새소망교회에서 1일 오후 2시 첫선을 보인다. 주 목사의 이야기는 여러 형태로 많이 다뤄졌으나 2인 음악극 형식은 처음이다. ‘일사각오’와 ‘내 주 예수의 이름이’라는 제목의 새 성가가 삽입됐다.
2인극 일사각오는 주 목사가 1935년 12월 평양신학교에서 한 설교 일사각오(행 20:24)에서 시작된다. 그는 “예수를 버리고 사는 길은 죽는 길이요, 예수를 따라 죽는 길이야 말로 사는 길입니다. 예수의 제자 도마는 ‘우리도 주와 함께 죽자’고 일사각오했습니다. 무엇보다 부활의 복음을 피로 지키고 피로 전하기 위해 일사각오해야 합니다.” 신사참배 반대를 주동했다며 일제가 빌미잡은 설교다.
주 목사가 꿋꿋이 버틴 데는 오 사모의 힘이 컸다. 오 사모는 처음 몇 개월간 살다 나온 그에게 “승리하셨소” “또 들어갈 준비해야지요”라고 말했다. 오 사모는 다시 옥에 갇힌 주 목사가 순교하기 직전 교인들에게 “하나님 뜻이라면 순교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목사님이 제게 부탁했습니다. 목사님은 순교하시기를 원하십니다”라고 했다. 주 목사는 44년 4월 감옥에서 소천한다.
주 목사와 오 사모 역은 각각 양형호(강남교회) 장로, 김민정(예향교회) 권사가 맡는다. 대본은 김 권사의 남편 신동일 집사가 썼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탄탄하고 극 전개가 빨라 교인들의 호응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산돌손양원기념사업회는 조만간 손양원 목사 기념 음반을 발표하고, 이르면 다음달 말 경기도 용인 상하동 향상교회를 시작으로 전국 투어 공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