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씀씀이만 커졌다간 나라곳간 금방 거덜난다
입력 2013-08-30 17:35
올해 상반기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46조200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16조2000억원(54%)이 늘어난 것은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로 추경예산을 편성했던 2009년 상반기의 40조5000억원보다도 많다.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포함한 통합재정수지는 28조6000억원 적자로 1년 전보다 적자폭이 2배 이상 늘었다. 경기침체로 세수가 덜 걷힌 반면 씀씀이는 크게 늘어난 탓이다. 수입이 적으면 지출을 줄이거나 돈 나올 다른 창구를 찾아야 하는데 정부는 두 가지 다 못하겠다고 버티고 있으니 나라곳간이 비어가는 것은 순식간이다.
상반기 조세수입은 지난해보다 10조1000억원이 덜 걷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 원칙을 고수하고 있어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선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에만 매달려야 하는 천수답 신세다. 한국개발연구원은 2050년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1.0%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며 2017년까지는 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이명박정부가 균형재정 목표로 삼았던 2014년은 물론 현 정부가 목표하는 2017년도 장담하기 어렵다.
재정은 퍼내도 계속 나오는 화수분이 아니다. 현재의 우리가 잘 살자고 후손들에게 빚을 떠넘길 수는 없다. 재정이 파탄 난 그리스와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어떤 고통을 겪는지 우리는 지켜봤다. 들어오는 돈에 맞춰 씀씀이를 줄이든지, 복지를 하겠다면 국민 각자의 호주머니를 터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그런데도 경제정책 수장인 현오석 경제부총리는 근거 없는 낙관만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지난 29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 연찬회에서 여러 의원들이 세수부족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을 들며 복지공약 축소 필요성을 제기했다. 하지만 현 부총리는 “시행도 하기 전에 수정할 시점이 아니다”며 “지하경제 양성화 등 몇 가지 부분을 체계 있게 하고 하반기 경기회복으로 세수가 늘면 공약가계부 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의 앵무새가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