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심리상담·치료 전문가로 활약 김윤희씨 “가정폭력으로부터 아이 보호, 국가 권한이며 책임”
입력 2013-08-29 19:36 수정 2013-08-29 22:27
“가정폭력을 휘두르는 부모가 ‘왜 내 아이를 빼앗아가느냐’고 항의하면, 제가 말합니다. ‘어머님, 그동안 독일 정부에서 받은 아동수당, 양육수당을 다 토해내시고 이 나라를 떠나시면 됩니다.’ 아이는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또 국가가 아이 양육을 위해 돈을 낸다는 것은 한 아이의 성장에 부모만이 아니라 국가 역시 권한과 책임을 진다는 뜻입니다. 한국 역시 이제 이런 인식을 공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28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만난 독일의 전문 심리상담사 김윤희(46·사진)씨는 “독일에서는 부모와 가정이 아동 인권을 얼마나 제대로 보장하고 있는지, 국가가 철저하게 감시하고 즉각적으로 개입한다”며 “한국에서도 정부가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하지 않았나. 정부 개입의 근거가 생겼다고 이해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1997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김씨는 11년째 베를린에서 심리상담 및 치료 전문가로 일하고 있다. 현재는 베를린시 정부의 상담사
업 위탁을 받은 비영리법인 다문화가정가족지원상담센터에 소속돼 터키 파키스탄 폴란드 몽골 중국 등 다문화가정 상담을 맡고 있다.
독일에는 지자체별로 청소년청이 존재한다. 어린이집·학교 교사는 물론이고 소아과의사, 이웃, 경찰 등이 부모와 아동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을 포착해 청소년청에 신고하면 바로 가정방문이 이뤄진다. 신체적 정신적 학대가 확인되면 아이를 즉각 부모로부터 격리한 뒤 형사고발 등 법적절차가 진행된다. 여기까지는 한국과 비슷하다. 차이는 폭력의 정도가 심하지 않거나, 아이가 여전히 부모와 함께 지내길 원하는 ‘경계’에 선 경우들이다.
김씨는 “법적 절차가 필요한 정도가 아니더라도 위험징후가 포착되면 상담사들이 일주일에 2∼3회씩 집을 방문해 가족상담을 한다. 원인을 찾아 해결할 때까지 때로는 3개월, 길면 2∼3년간 상담을 한다”며 “아이가 맞았다고 거짓말을 하는 상황이더라도 가정상담은 이뤄져야 한다. 아이의 거짓말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은 국가적으로 어떤 것보다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이들을 돕지 않으면 결국 실업자가 될 테고 그건 국가에 더 큰 부담이 될 테니까요. 고비용을 감당하면서도 독일 정부가 가족상담을 지속하면서 아동과 청소년들을 끝까지 지원하는 이유입니다.”
대전=글·사진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