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고 사냥하고 방어하고 식물도 동물처럼 지능 있다

입력 2013-08-29 18:36


식물은 똑똑하다/폴커 아르츠트/들녁

위험에 처한 식물 라이머콩이 신호를 보낸다. “개미들아, 꿀을 줄 테니 내게 와서 딱정벌레를 쫓아내줘.” 옆에 피어 있던 얼룩무늬 꽃은 있지도 않은 꿀이 있는 척 ‘얼룩표시’를 해 나비들을 모은다. 거울난초도 암컷 말벌의 형태를 하고 수컷 말벌들을 유인한 뒤 꽃가루를 한껏 묻힌다.

식물이 의인화된 애니메이션 영화의 한 장면 같지만 식물의 세계에선 매일 이 같은 유혹과 사냥, 방어의 기술이 펼쳐지고 있다. 이들의 행동을 보면 “식물에도 지능이 있는 것은 아닐까”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독일의 과학 저술가이자 유명 자연과학 다큐멘터리 작가인 저자는 ‘식물은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논제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 식물도 위험을 감지하고 냄새를 맡고, 반응생태 경험을 축적해 후대에 전달할 수 있다는 그의 가정은 바다, 늪, 분지와 숲, 그리고 연구실에서 증명됐다. 그의 관찰일기 중 하나를 살펴보자.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용 온실의 작은 토마토 숲엔 기생식물이 얽혀 있다. 저자는 기생식물 실새삼이 토마토 줄기를 어떻게 감고 공생하는지에 대해 관찰했다. 어린 실새삼이 본능적으로 토마토의 위치를 감지하고 줄기를 뻗는 것을 확인한 저자는 어떻게 정확한 방향과 위치를 알 수 있었는지 실험을 했다.

먼저 토마토와 같은 형태의 물건을 설치했다. 또 토마토 색깔의 물건도 설치해봤다. 하지만 실새삼은 반응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토마토에서 방향 물질을 채집해 용기에 넣고 같은 크기의 용기엔 아무것도 넣지 않은 뒤 두 용기 사이에 실새삼을 심었다. 실험 결과 싹 튼 실새삼은 줄기를 몇 번 휘휘 젓다가 토마토 향이 나는 쪽으로 팔을 뻗었다. 토마토와 밀을 함께 놨을 때도 토마토가 있는 방향으로 자랐다. 실새삼은 토마토의 냄새를 알고 그쪽으로 뻗어갈 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식물에도 후각이 있는 것은 물론, 선호하는 향까지 있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미국 출신 식물학자 이언 볼드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겠다. “문제는 식물은 똑똑하냐 그렇지 않으냐가 아니라 우리가 식물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똑똑하냐 그렇지 않으냐다.” 이광일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