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내부피폭

입력 2013-08-29 18:31

연어는 먹어도 되나. 고등어는? 도대체 원산지 표시는 믿을 수 있는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방사능 오염수가 계속 유출되고 있다는 보도 이후 국내 수산물 소비가 줄고 있다. 일본 당국은 지난 21일 방사능 오염수 유출에 대한 사고등급을 ‘일탈’에 해당하는 1등급에서 ‘중대한 이상 현상’에 해당하는 3등급으로 올렸다.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가 일어나면 사람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외부피폭과 내부피폭으로 나뉜다. 외부피폭은 공기 중에 있는 방사선에 의해 우리 몸이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내부피폭은 방사성 물질이 몸 안으로 들어와 신체 내부에서 핵분열에 노출되는 현상이다. 호흡기를 통한 외부피폭보다 음식물을 통한 내부피폭이 훨씬 더 큰 위협이다. 우크라이나 보건 당국의 조사 결과 200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로 인한 방사선 피폭 경로의 80∼95%는 음식 섭취였다.

외부피폭에서 중요한 것은 방사성 물질의 농도와 피폭자의 거리다. 거리가 일정한 상태에서 방사성 물질이 10배 많아지면 사람은 10배 더 피폭된다. 반대로 방사성 물질은 일정한데 피폭자와의 거리가 10배 가까워진다면 피폭량은 제곱으로 증가한다. 거리가 10배 가까워지면 피폭량은 100배 증가한다. 내부피폭은 경로가 다양하다. 오염된 토양에서 생산된 농산물에도 방사성 물질이 고스란히 축적된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는 먹이사슬을 통한 생물학적 농축을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생물학적 농축이란 수직적 먹이사슬이 한 단계씩 올라갈 때마다 해당 생물의 단위체중당 축적되는 중금속이나 난분해성 오염물질의 농도가 7∼10배씩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반감기가 긴 물질일수록 먹이사슬의 높은 단계에 있는 동물에게 고농도로 축적된다. 후쿠시마 앞바다의 생선에서 고농도로 검출된 세슘의 반감기는 30년이다, 인체에 무해한 정도가 되는 데는 10배의 반감기, 즉 300년이 지나야 한다.

일본 정부는 방사성 물질의 해양 누출과 수산물 오염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모른 체했다. 게다가 이웃나라들에 잠재적 건강 피해와 엄청난 걱정을 끼치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 우리 정부는 일본 정부가 스스로 수출을 제한한 후쿠시마 인근 13개 현의 농산물과 가공식품 26종, 8개 현의 수산물 50종의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은 10개 현의 모든 식품과 사료까지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과연 검역주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있는 것인지 전문가들을 모아놓고 점검해야 할 때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