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軍 현·예비역 35명 생생 증언 우리가 몰랐던 연평해전의 진실

입력 2013-08-29 18:28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김종대/메디치

서북 해역은 평화의 바다였다. 국토 대부분이 피로 물든 한국전쟁 때도 백령도와 연평도 등이 있는 이곳은 총성 한 번 들리지 않았다. 한반도에서 거의 유일한 평화지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재 이곳은 전쟁의 바다다. 1999년 6월 15일 벌어진 제1연평해전이 발단이었다. 당시 남북한 간에 벌어진 교전은 참패한 북한군이 퇴각하면서 끝이 났는데,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이곳에선 무력 충돌만 총 다섯 차례나 벌어졌고, 사망자는 남북한을 합해 200명이 넘는다. 언젠가 한반도에 대규모 전투가 벌어진다면 그 시작은 서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 다섯 번의 교전은 정부 발표처럼 북한의 도발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우리 정부의 잘못은 아예 없는 걸까. 책은 이 같은 질문에 답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군사문제 전문가이자 ‘디펜스21+’ 편집장이기도 한 저자는 지난 3년간 서해교전을 경험한 청와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한미연합사 등에 복무하는 현역장교와 예비역 장성 등 35명을 인터뷰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서해 교전들이 품고 있는 비밀들을 하나씩 까발린다. 바다를 모르는 육군이 주축이 돼 움직이는 합참, 포상과 진급에 눈이 멀어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군인들과 은폐된 진실들….

정부의 발표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우리 군이 국민을 기만한 사례가 열거되며 청와대와 국방부, 합참 등이 얼마나 허술하게 위기에 대응해왔는지 생생하게 드러낸다. 저자가 쏟아내는 비판의 칼날은 안보라인 전반으로 향한다.

“작전을 기획할 줄 모르는 한국군은 미국에 대한 의존을 체질화하면서 거대한 무능과 무기력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단언컨대, 이런 군대는 반드시 전쟁에 진다. 자기 스스로 무엇을 해보려는 의지도 없이 오직 의존심리만 갖고 있는 발육부진의 한국군은 성장과 발전의 길을 알지 못한다.”(342∼343쪽)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