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행진이 미국 바꿨지만 킹목사 꿈은 미완성”… 킹목사 연설 50주년 행사

입력 2013-08-29 18:25

28일 오후 3시(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DC 링컨기념관의 중간 계단에 섰다. 50년 전 흑인 인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내게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연설을 한 그 시간, 그 자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들이 계속 행진했기에 미국이 변했다. 그들이 행진했기에 민권법과 투표권법이 통과됐다. 그들이 행진했기에 그들의 딸과 아들이 다른 사람을 위해 옷을 세탁하거나 구두를 닦는 그 이상의 삶을 꿈꿀 수 있었다”며 킹 목사와 그를 따라 워싱턴 행진에 나섰던 이들을 추모했다.

하지만 그는 곧이어 킹 목사의 꿈은 미완성이며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제 나라가 할 만큼 했다고 말한다면 그날의 영웅들을 욕되게 하는 것이다. 그날 이후 미국이 이룩한 업적을 확고히 지키기 위해서는 자기만족이 아니라 끊임없는 경각심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는 당시 행진에 참가한 사람들은 추상적인 이상만을 추구하기 위해 이곳에 모이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정의와 함께 일자리를 원했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수십년간 중산층의 소득이 정체되고 흑인들의 실업률이 여전히 백인의 2배에 이르는 등의 통계를 인용하며 이 같은 사실은 진보가 어떻게 정체되며, 희망이 좌절됐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워싱턴 행진이 주는 교훈은 문제가 산적하지만 우리가 함께 일할 때 운명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이라며 정파 간 갈등으로 교착상태인 현재 미국의 정치상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빌 클린턴과 지미 카터 등 두 전직 대통령도 이날 행사에 연사로 나서서 킹 목사의 유산을 기리는 한편 초당파적 협력이 필요한 국가 과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링컨기념관의 계단에 공화당 의원들은 한 명도 모습을 나타내지 않아 초당파적 협력이 요원한 미 정치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행사 주최 측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 등 공화당 지도부와 아버지 부시 및 아들 부시 전 대통령을 초청했지만 일정 중복과 건강문제 등을 들며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상원에서 유일한 흑인인 팀 스콧(사우스캐롤라이나) 의원은 초청장도 받지 못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