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더한 ‘빈익빈 부익부’ 실상과 해법

입력 2013-08-29 18:27


#1. 세계개발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중 최상위 1% 부자들의 부의 총합은 하위 50%에 속한 이들의 2000배가 된다.

#2. 국제노동기구는 세계 인구 중 30억명이 빈곤선(하루 2달러) 아래에서 살고 있다고 추산한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신간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동녘)에서 통계와 자료를 인용해 ‘20대 80’을 넘어 ‘0.1대 99.9’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그리고 부자 중에서도 최상위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이들 중에서도 최하위 빈자들이 더 가난해지는 상황을 “협력, 상호 신뢰, 공유, 인정, 존중 등을 토대로 하는, 공생에 대한 인간적인 갈망을 경쟁과 경합으로 대체한데서 비롯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파국을 맞이해야만 파국이 왔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지 않도록’ 잘못된 믿음에 대한 편견을 깨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부터 소개할 책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은 바우만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고발한다. 이 책은 곧바로 우리를 극심한 불평등의 현장,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 안나와디로 데려간다. 안나와디는 새로운 부의 상징이 된 뭄바이 사하르 공항 인근, 초특급 호텔 5개가 에워싸고 있는 빈민촌이다. 335채의 판잣집에 3000여명이 모여 산다. 이곳에 사는 누군가는 “우리 주변은 온통 장미 꽃밭이고 우리는 그 사이에 있는 똥 같은 존재”라고 자조한다. 대부분은 넝마주의로 생계를 이어간다.

미국 ‘뉴요커’ 기자인 저자 캐서린 부는 이곳의 삶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들은 매일 쏟아지는 8000t의 쓰레기에서 다만 몇 킬로그램이라도 건지려 돌아다닌다. 저녁으로 쥐와 개구리를 잡아서 튀겨 먹는 주민도 적지 않다. 오수 웅덩이 둘레 풀을 뜯어 먹는 사람도 상당수다. 이런 비참한 영혼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엄청난 기여를 했다. 같은 빈민촌에 살더라도 쥐와 잡초를 먹지 않는 이웃들에게 신분 상승의 역동성을 느끼게 해준 것이다.”

2008년 7월 17일 자정 무렵 외다리 여자가 참혹하게 불탄 사건이 중심이다. 살인범으로 몰린 압둘과 아버지가 누명을 벗기 위해 싸우는 과정과 이들 주변 인물의 삶을 그리고 있다.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그려진 절망스러운 풍경은 소설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 책은 탄탄한 취재를 토대로 구성된 르포르타주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요커’에서 기자 생활을 한 저자가 2007년 11월부터 2011년 3월까지 안나와디에서 생활하며 관찰하고 기록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이기도 한 저자는 주민 168명과 지속적으로 인터뷰했고, 인도 정부를 상대로 정보 공개를 청구해 얻은 3000건의 공공기록을 참고했다.

저자의 통찰력은 인도 사회의 부패가 경제적인 문제보다 소년 소녀들의 도덕관념을 위축시키고 있음을 우려하는 데까지 미친다. 아이들이 거리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서도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만, 그래도 인간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진 않는다.

“알량한 이익과 한정된 터전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에서 부패의 지배를 받는 하류 도시의 지친 주민들이 선한 태도를 유지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놀라운 점은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선량하며,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려고 노력한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발간 직후 현대 인도를 다룬 최고의 책이라는 각종 찬사 속에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노동의 배신’을 쓴 미국 작가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지금껏 읽었던 경제적 불평등을 다룬 책 중 가장 강력한 고발서”라고 평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