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흑백직원 차별 8년 소송 ‘값진 승리’… 메릴린치 거액 배상 판결

입력 2013-08-29 18:24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연설이 있고 나서 50년 뒤 미국은 흑인 대통령까지 배출한 국가가 됐지만 인종차별로 힘겨워하는 흑인들이 여전히 많다. 17세 흑인 소년을 총으로 쏴 숨지게 하고도 정당방위가 인정돼 무죄 평결을 받은 히스패닉계 백인 조지 짐머만 사건은 인종차별이 지금도 미국에서 얼마나 공공연하게 벌어지는지 보여준다.

조지 맥레이놀즈(68·사진)도 지난 8년간 인종차별과 싸워야 했다. 미국 월가의 터줏대감인 대형 금융사 메릴린치를 상대로 한 소송은 골리앗과의 싸움이었다.

메릴린치에서 증권 브로커로 30년 근무한 맥레이놀즈는 2005년 회사 내 흑인 직원 700명을 대표해 메릴린치가 흑인 직원에게는 단순 업무직을 맡기고, 백인들에게 높은 수익이 나는 거래처를 맡기는 등 차별대우했다고 집단 소송을 제기했다. 회사의 이런 행태로 흑인 직원은 급여도 낮고, 승진에서도 누락되기 일쑤였다. 싸움은 만만찮았다. 집단 소송을 위해 같은 피해자를 모으는 게 급선무였지만 회사가 한 지점에 여러 명의 흑인 직원을 두지 않아 한 사람씩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회사는 또 이런 움직임에 흑인 직원을 더 고용하는 등 소송에서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맥레이놀즈는 동료들이 회사가 이긴다는 데 재미삼아 베팅하는 장면을 지켜봤다고 회상했다.

연방대법원까지 가는 장기 법정다툼 끝에 메릴린치는 인종차별을 당한 직원 700명에게 1억6000만 달러(약 1790억원)를 배상하기로 합의하며 손을 들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미국 기업 역사상 직원에 대한 인종차별 배상금으로는 가장 큰 액수라고 전했다. NYT는 “맥레이놀즈의 승소는 세 번 연장전 끝에 얻은 승리처럼 값지다”고 평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