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시리아 공격 일단 늦춰… 명분쌓기 돌입

입력 2013-08-29 18:23 수정 2013-08-29 22:16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대(對)시리아 군사개입이 당초 예상됐던 29일보다 늦춰져 다음 달 2일까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야당 반발 등을 고려해 유엔의 현장조사가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일단 공격을 미루고 명분 쌓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인 영국은 28일 대시리아 군사제재 결의안을 유엔에 제출했다. 논의는 1시간 만에 중국 등이 퇴장하면서 무산됐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를 알면서도 결의안을 제출한 것은 분위기 조성용이었다.

영국은 야당인 노동당이 2003년 이라크전 참전 선례를 거론하며 유엔 현장 조사단 결과를 본 뒤 군사행동 동의안의 의회 표결을 요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이 때문에 캐머런 총리는 “이라크 상황에서 비롯된 깊은 우려를 알고 있다”며 “조치는 합의를 바탕으로 이뤄질 것”이라며 한발 물러섰다.

미국 역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8일 한 방송에 출연해 “국방부로부터 다양한 옵션을 제시받았으나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군사력을 동원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리아에 대한 군사개입을 너무 성급하게 하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로 보인다. 2003년 유엔조사단이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 보유와 관련해 조사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고 미국이 공격을 단행해 비난여론을 뒤집어쓴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전날 오바마 미 대통령과 통화해 유엔 조사단이 현장조사를 마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반 총장은 29일 “조사단이 30일까지 현장을 조사하고 31일 오전 시리아에서 출국해 이른 시일 안에 보고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주 화요일인 9월 3일 스웨덴과 5∼6일 러시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이 때문에 러시아 방문 전인 다음 달 2일 군사행동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유엔도 이번 주말까지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수인원만 남기고 시리아에서 모든 직원이 철수할 것을 지시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보도해 주말을 넘겨 공격이 감행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은 페르시아만에 있는 항공모함 니미츠호 외에 추가로 아라비아해에 해리트루먼호를 보냈다. 3일 이상의 크루즈 미사일 공격에 장거리 폭격기까지 동원할 방침이다. 러시아제 무장헬기가 배치된 공군기지를 포함해 50곳 이상의 시리아 군사시설을 공습목표로 설정했다. 문제는 군사개입이 아사드 정권의 몰락이 아닌 제한적인 타격에 불과해 위협요소는 계속 남는다는 점이다.

이제훈 기자 parti9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