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로 인간 ‘미니 뇌’ 만들었다

입력 2013-08-29 18:06


오스트리아 과학자들이 인간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지름 4㎜ 크기의 입체적인 ‘미니 뇌(사진)’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오스트리아 과학원 분자생명공학연구소의 위르겐 크노블리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미니 뇌의 연구 성과와 의미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2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금까지 사람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신장이나 작은 간, 췌장의 일부 등 입체적인 조직을 만든 바 있지만 인간의 뇌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다. 연구팀은 “뇌가 형성되는 과정을 조사하고, 사람의 뇌에 발생하는 병의 메커니즘을 밝혀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인간의 배아줄기세포와 피부조직에서 떼어낸 유도만능줄기(iPS)세포를 이용해 미니 뇌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다. 우선 배아줄기세포에 일종의 성장인자인 화학물질을 첨가해 신경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세포를 만들어 냈다. 이어 자궁과 비슷한 환경을 가진 젤 타입의 물질에 넣어 회전 생물반응기에서 배양했다. 20∼30일이 지나자 신경세포들은 뇌 조직으로 성장했다. 2개월 뒤 4㎜가 되자 성장을 멈췄다. 자체 혈액순환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미니 뇌는 9주가 지난 태아의 뇌와 유사했다. 대뇌피질과 미성숙 망막 등이 입체적으로 배열돼 있었다.

독일 본 대학의 올리버 부르슬 박사는 “미니 뇌의 겉모습이 분명 대뇌피질과 닮아 있지만 실제 뇌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임페리얼컬리지 런던의 폴 매튜스 교수는 BBC에 “발달 상 뇌 이상 장애를 이해하는 데 획기적인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윤리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크노블리히 박사는 “아주 초기단계의 뇌를 만들었기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더 큰 뇌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맹경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