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우리말 달인’ 오른 남웅기 목사 “고유어 1만3000여개 채집 7년째 교회 주보에 실어”
입력 2013-08-29 18:04
“산줄기의 끝, 또는 물체의 뾰족하게 내민 앞의 끝 부분을 뜻하는 이것은 무엇일까요?”
지난달 29일 방송된 KBS 퀴즈 프로그램 ‘우리말 겨루기’의 마지막 십자말풀이 문제. 잠시 생각하던 남웅기(60·대구 바로선장로교회·사진) 목사가 입을 열었다. “정답은 코숭이입니다.” 제32대 ‘우리말 달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아파트 상가 지하의 미자립 교회에서 13년째 목회를 이어가면서 우리말 사랑에 힘을 쏟고 있는 남 목사 얘기가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남 목사는 29일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우승은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도우심 덕분”이라며 “우리말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마치 바닷속 진주알을 찾아내는 것처럼 즐겁다”고 말했다.
우리말에 대한 남 목사의 애정은 자연스러웠다. 외래어가 많이 유입되면서 우리말이 하나 둘 잊혀지는 게 안타까웠던 것. 평소에 그가 생소하거나 관심 있는 우리말 고유어를 정리한 분량은 A4용지로 450쪽, 지금까지 채집한 단어만 1만3000개가 넘는다. 2006년부터는 교회 주보 한 면에도 우리말 한두 개씩 싣기 시작했다. 성도들에게도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였는데, 이달 초까지 실린 단어만 540개다.
이 같은 노력은 그가 우리말 달인으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결정적 도움이 됐다. “고난도 문제가 몰린 마지막 5단계 십자말풀이 때였어요. 전체 15문제 중 5문제가 교회 주보에 실렸던 단어였어요. 마지막 문제 ‘코숭이’도 포함해서요.”
우리말 사랑에 대한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남 목사 부부는 장남인 ‘남이사’를 비롯 ‘남달리’ ‘남이랑’ 등 1남2녀를 두고 있다. 특히 ‘네가 무슨 상관이냐’는 뜻의 장남 이름을 지을 때 양가 부모와 펄쩍 뛸 정도로 반대가 심했다고 그는 귀띔했다.
7급 공무원 출신인 남 목사는 면사무소부터 출발해 내무부(현재 안전행정부)에서 10년 정도 근무하다가 목회로 인생행로를 틀었다. 척추결핵을 앓았던 그가 신앙에 의지해 완치되면서다. 지금은 간경화 증세로 투병 중이지만 그의 목회관은 변함없다. “‘천둥지기’처럼 하나님만 바라보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어요.” 천둥지기는 물길이 닿지 않아 비가 와야만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늘만 바라보는 논’, 천수답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