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公 사장 “정부, 정책금융 뭔지도 모르고 개편”
입력 2013-08-29 17:56
진영욱(사진) 한국정책금융공사(정금공) 사장이 한국산업은행(산은)과 통합하는 내용의 정책금융 개편안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산하 공공기관 사장이 공개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진 사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정금공 본사 기자실에서 정부의 정책금융 개편안에 대해 “정책금융이 뭔지 ‘디파인(Define·정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편된 것 같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책금융 개편은 정부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쪽이어야 하는데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정책금융 개편 태스크포스(TF) 회의를 주도한 금융위원회에 대한 의구심도 표출했다.
진 사장은 “금융위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달라졌다는 것인지, ‘현 체제가 비효율적’이라고 하는데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딱 집어내지도 못하면서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진 사장은 “해외 진출도 가능한 국내 대표은행을 정부가 시키는 일만 하도록 만들고, 시장마찰만 일으키는 결과가 될까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합산은이 나중에 또 갈라질 수 있다”며 “산은을 영원히 정부의 은행으로 가져가는 것은 ‘서스테이너블(Sustainable·지속 가능)’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산은이 대기업 구조조정 등 정책금융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합친다는데, 대기업 구조조정이 무슨 정책금융이냐”며 “대기업 구조조정이야말로 전형적인 커머셜(상업)금융”이라고 일갈했다.
진 사장은 정책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그는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안 줬고 발표 이후에도 아무런 연락을 받지 못했다”며 “뭐가 바빠서 공청회 같은 것도 안 했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진 사장은 하지만 향후 추진 과정에서는 협조를 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해외 시장 영업도 문제가 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산은 노동조합도 개편안에 대한 성명을 내고 “정부는 정책금융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