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이석기, 미소 지으며 당당… 국회의원 배지 안달아
입력 2013-08-29 17:42 수정 2013-08-30 00:37
내란음모 혐의로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른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이 잠적 하루 만인 29일 국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의원은 혐의를 묻는 취재진에게 “황당하다” “국정원 상상 속의 소설”이라며 적극 반박했다. 이후 압수수색에서도 이 의원과 진보당 측은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오후 10시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석기, “끝까지 싸우겠다”=이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진보당 최고위원·의원단 연석회의에 예상을 깨고 참석했다. 전날 압수수색 과정에도 나타나지 않아 ‘변장 도피설’이 일었던 것을 감안하면 180도 달라진 상황이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국정원을 강하게 규탄하면서 “저와 통합진보당은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을 믿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하여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회의 직후 취재진이 ‘총기 준비설’에 대해 묻자 “국정원 상상력에서 나온 게 아닌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행적을 묻는 질의에는 “뭘 하긴 뭘 했겠느냐. 서울에 있었다”고 했다. 또 압수수색에 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빨리 정리를 해야 국정원의 못된 버릇을 고칠 수 있겠다 해서 왔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장사진을 이룬 취재진 앞에서도 여유로운 모습으로 미소까지 지으면서 질의에 답했다. 양복 차림이었지만 국회의원 배지는 부착하지 않았다.
진보당 지도부는 한목소리로 국정원을 규탄했다. 이정희 대표는 긴급 입장발표에서 “청와대와 국정원이 통합진보당에 대하여 희대의 조작극을 벌였다”고 주장했다. 또 “박근혜 대선 캠프의 명백한 부정선거 행위를 정조준할 것”이라고 역공을 폈다. 진보당은 당 조직을 투쟁본부로 전환하는 한편, 일부 진보 성향 단체들과 ‘국정원 내란음모 조작 공안탄압 규탄 대책위’도 발족시켰다. 오후에는 청와대 근처 청운동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규탄했다.
◇실랑이 끝에 압수수색=진보당과 국정원은 오전 11시쯤부터 이 의원 신체 및 국회의원 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에 관한 협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양측이 사무실 수색 범위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고성이 오갔고, 압수수색은 몇 시간이나 지연됐다.
결국 압수수색 범위는 이 의원 집무실로 한정했다. 본격적인 압수수색은 오후 2시40분쯤부터 시작됐다. 이 의원은 신체 압수수색이 끝난 후 같은 당 소속인 오병윤 의원 방으로 이동했다. 국정원 수사관 20여명이 압수수색을 벌이는 동안 진보당 측 보좌진과 변호사 등 20여명이 참관했다. 압수수색은 이날 밤 12시까지 계속됐다. 국정원은 이 의원 사무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디지털 포렌식’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밤늦게 국정원이 이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사실이 전해졌다. 이 의원 측은 영장신청에 대한 입장표명을 요구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함구한 채 굳은 표정으로 압수수색 현장을 지켰다.
임성수 정건희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