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여전… 총수일가 지분 클수록 내부거래↑
입력 2013-08-29 17:38 수정 2013-08-29 22:17
재벌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약한 비상장사를 활용해 총수일가 자녀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폐해도 여전했다.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은 총수일가 자녀들이 부당하게 기득권을 물려받는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산업은행이 금호산업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추진 중인 신규 순환출자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정위는 29일 ‘2013년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현황’(총수 있는 집단 41개, 총수 없는 집단 8개)을 발표하고 지난해 총수일가 지분율이 50%가 넘는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비중이 56.88%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분율이 20% 미만일 때 내부거래 비중(13.14%)보다 4배 이상 큰 것이다. 총수가 있는 41개 그룹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은 높게 나타났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계열사는 거래 이익도 총수일가에 쏠린다. 그 이익의 상당 부분을 내부거래로 얻었다면 총수일가의 사적 이익을 얻는 데 계열사를 이용한 셈이 된다. 수직계열화처럼 비용절감 차원에서 정상적으로 이뤄지는 내부거래와 달리 부당한 사익편취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총수 2세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총수 2세의 지분율이 50% 이상일 때 내부거래 비중은 50.26%로 나타났다. 특히 상장사보다 규제가 적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54.38%로 상승한다. 총수 2세들이 지배하는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의 절반 이상이 내부거래로 얻은 것이라는 의미다.
총수일가의 내부거래는 광고·물류·시스템통합(SI) 등 서비스 업종에서 유독 많이 이뤄졌다. 비상장사인 현대자동차 계열의 광고업체 이노션은 총수 2세의 지분율이 80%로 내부거래 비중이 48.76%에 이른다. 거래 계열사는 24개다. 특정 계열사에 대해서만 매출이 발생하는 수직계열화와 달리 총수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는 다수 계열사와 거래를 통해 이뤄진다.
다만 지난해 전체 내부거래 금액은 185조3000억원으로 전년(186조3000억원)보다 1조원 줄었다. 내부거래 현황을 집계한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한 것이지만 경제민주화 바람을 고려하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평소 ‘기업가정신’을 강조해온 노 위원장은 재벌가 자녀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노 위원장은 이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포럼 특강에 참석해 “창업세대의 노력으로 이뤄놓은 기득권을 3∼4세대가 그대로 물려받아 과도한 보상을 얻는 행태를 방치한다면 다음 세대 우리 경제의 앞날이 밝지 않다”며 “골목상권 침투, 일감 몰아주기에 의한 편법상속 등 지대추구 행위는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위원장은 금호산업의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추진하고 있는 신규 순환출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채권단에서 결정했다 하더라도 (기존 순환출자 고리에 없던) 새 계열사를 등장시켜 신규 순환출자를 형성한다면 규제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금호산업의 기업어음을 출자 전환한 뒤 금융시장에 파는 방안 등을 포함해 수정안을 검토하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세종=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