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수사] 공안당국, TF팀 만들어 내사하다 밀입북 정황 파악

입력 2013-08-29 17:45 수정 2013-08-30 05:00

공안 당국이 지난해 2월부터 경기도 시흥시 모처에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기무사 등이 참여한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놓고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관련자 등 주요 좌익 인사의 움직임을 집중 내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동부연합 인사 6∼7명의 밀입북 정황을 파악한 것도 이 합동 TF 활동을 통해서였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29일 “지난해 2월 구성된 합동 TF팀이 시흥을 거점으로 9개월 정도 운영됐다”며 “TF팀은 북한 관련 요주의 인물의 동향을 살피거나 이들이 속한 조직과 그 활동을 파악하는 일을 했고, 그런 조직이 북한과 접촉한 사실 등을 일정 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3년 전부터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의 내란음모 혐의를 수사해 왔다고 밝혔다. 그 과정에 이처럼 합동 TF를 꾸리게 된 계기는 2010년부터 수사해온 ‘미전향 장기수 간첩에 의한 GPS 교란기술 대북 유출’ 사건과 2011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통합 움직임’이었다고 한다. 두 사건을 다루며 급격히 저하된 공안 정보력을 절감하고 위기의식을 느껴 좌익 인사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조직도’ 작성 같은 기본적 내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했다는 것이다.

GPS 교란기술 대북 유출 움직임을 수사하던 공안 당국은 미전향 장기수 출신 이모(75)씨와 중간 행동책의 행적을 캐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들이 접촉한 사람과 조직 등 대북 정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법원도 이 사건에서 “반국가단체 구성원의 지령을 받았다는 부분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공안 당국은 또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인사들의 옛 운동권 계열과 성향 등에 관한 정보가 없어 합당 관련 움직임 등을 제대로 알 수 없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당시 공안 업무를 하는 사람들조차 경기동부연합이 무엇이고 뿌리가 어디인지, 과거 학생운동 세력과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아는 이가 별로 없었다”며 “DJ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대북 관련 인사·조직에 대한 분석·감찰을 금지해 정보력이 아주 저하돼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공안 당국은 지난해 초부터 북한 관련 요주의 인물의 발언이나 행적을 수집해 분석했고 관련 사이트 등을 집중 감시해 적극적 참여자를 찾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위해 각종 인터넷 비밀 카페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글, 성명서 등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일부 세력의 대북 접촉까지 확인했던 TF는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해산됐다. 공안수사에 검·경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질 경우 대선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정치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업무를 정치적 이유로 그만두면 안 된다는 내부 비판도 있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후 국정원이 단독으로 조사를 주관해 왔다”고 밝혔다.

공안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국정감사 등을 통해 검·경의 수사 자료가 유출될 우려가 있었고 실제 몇몇 의원이 관련 자료를 요청하려는 움직임도 보였다”며 “여러 보안상 이유로 국정원이 단독으로 수사를 계속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