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 다짐하더니… 교계선거 다시 혼탁해지나
입력 2013-08-29 17:33
“상대 후보를 비방하지 않겠습니다. 규칙과 절차를 철저히 준수하겠습니다.”
주요 교단의 임원선거가 임박한 가운데 후보들의 공명선거 다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선거 잡음이 일고 있다. 상대편에 대한 근거가 불분명한 루머와 비방 광고를 비롯해 일부 교단에서는 금권 선거 논란까지 빚어지면서 교계 안팎의 우려를 낳고 있다.
공병의(포항 동해큰교회)·정영택(경주제일교회) 목사 간 2파전으로 치러지는 예장통합 총회의 올해 부총회장 선거전. 한층 강화된 선거법 적용으로 후보 진영마다 까다로운 규정·절차 때문에 예년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달 중순 정 후보를 겨냥한 비난성 성명서가 한 교계 신문에 실리면서 분위기는 심각해졌다.
‘통합 측 교단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통사모)’이라는 정체불명의 단체 명의로 된 성명서는 정 후보가 출마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후보 사퇴를 촉구했다. 정 후보 측은 펄쩍 뛰었다. 정 후보가 소속된 경동노회 관계자는 29일 “이미 총회에서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고, 총회 선관위에서도 같은 결론을 내린 사안”이라며 “‘통사모’라는 단체를 조사해달라고 선관위에 의뢰해놓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총회장과 부총회장 모두 단독 출마한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에서는 ‘뜬구름’ 잡는 루머가 총대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부총회장 후보인 황용대(대구성삼교회) 목사를 겨냥한 소문으로 “총회 임원선거 현장에서 황 목사 대신 새로운 후보가 추대될 거라고 하더라”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이와 관련, 차기 임원선거에 출마하려는 진영에서 황 목사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겠냐는 분석이 교단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기장 총회 관계자는 “현장 추대와 관련된 구체적인 움직임은 전혀 없다”면서 “선거판을 흔들기위해 누군가 헛소문을 퍼뜨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황 목사는 “모두 만들어낸 이야기다. 총대들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예장고신 교단은 지난달 말 교단지인 기독교보 사장 임명 과정에서 불거진 금권선거 의혹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신임 사장으로 선출된 최계호 장로가 일부 총회유지재단 이사들에게 50만∼100만원씩을 전달했다가 돌려받은 사실이 몇 몇 언론에 보도됐다. 최 장로와 경선을 벌였던 최영석 장로도 이사들에게 여비 정도의 돈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교계 전반에 걸쳐 자정 운동이 확산되는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교계에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문제는 내달 교단 총회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깨끗한 총회를 촉구하는 교계 활동은 이어지고 있다.
30일 오후 2시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깨끗한 총회를 바란다’를 주제로 포럼을 연다. 앞서 기윤실은 예장통합과 합동, 고신, 기장 등 4개 장로교단 부총회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공명선거 서약을 받았다.
박재찬 최승욱 이사야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