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익성 하락-투자 부진’의 악순환 고리 끊어야
입력 2013-08-29 18:28
투자 위축 방치해 잃어버린 20년 부른 일본이 반면교사
제조업의 활력이 떨어지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과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매출 상위 30개 제조업체 국내 소재 공장의 올 상반기 가동률은 평균 91.29%로 지난해 93.03%보다 1.74% 포인트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가동률 91.45%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가동률 하락은 지속 성장을 막고 일자리 창출에 장애가 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가동률 하락은 내수 및 수출 주문량 감소, 즉 경기 부진과 관계가 깊다. 노조 파업 등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가동률 저하는 수익성 하락을 낳고 이는 다시 기업의 투자의욕을 가로막아 투자 부진에 따른 기업 활력 위축 등으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수익성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기피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수익성 하락-투자 부진-기업 활력 저하-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가급적 빨리 끊어야 한다. 악순환이 만성화되면 경제 전반의 위축을 낳는다. 일본 경제가 1990년대 이후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에 허덕이게 된 배경도 일본 사회가 그런 악순환의 고리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방치한 데 있다.
지난달 발표된 2013년 일본 경제백서는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을 가계소비와 기업투자 부진으로 봤고 그중에서도 기업투자가 급감한 것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1990∼2010년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몇 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익성 하락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 공장의 해외 이전 등은 장기침체로 이어졌으며 기업과 정부는 그러한 상황을 방치했던 것이다.
우리 경제는 현 단계에서 일본형 장기침체 상황으로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겠으나 그 단초가 보이고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예컨대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은 1990년대에 10%대에서 지난해 5%대로 급락했다.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려면 투자 확대 모드로 반전하는 계기를 마련해 선순환을 유도해야 한다.
때마침 박근혜 대통령과 10대 재벌 총수들이 28일 오찬 회동을 하고 투자 확대를 이구동성으로 강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지만 새 정부 출범 후 처음 갖는 회동인 만큼 10대 그룹 총수들이 투자를 독려하는 대통령의 요청을 무시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따라서 그 회동은 투자의 중요성을 환기하는 자리였을 뿐 투자 확대를 결정하는 자리는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투자 부진을 해소하자면 규제 완화와 같은 친기업적 경제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 이뿐 아니라 투자 부진의 원인이 수익성 하락에 있음을 감안하면 수익성을 올릴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것은 기업 스스로의 제품 차별화 노력과 더불어 생산성을 끌어올려 시장의 반응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대처 외엔 달리 방법이 없다. 투자 부진 극복은 기업들 스스로의 노력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