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종북 지하조직 수사에 촛불을 들겠다니

입력 2013-08-29 18:21

통합진보당이 29일 이석기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내란예비음모 혐의 수사에 맞서 당 조직을 투쟁본부로 전환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발표했다. 진보당은 이번 사건을 “희대의 조작극”이라며 전국 16개 시·도당과 177개 지역위원회를 모두 비상체제로 운영하고 현재 전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관련 촛불집회를 더 확산시켜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러나 진보당이 촛불을 확산시키겠다는 발상은 설득력이 없다. 수사 대상에 진보당 관련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어 진보당이 일대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공당이라면 수사에 당당하게 응해 무혐의를 입증하고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의 지지를 넓혀가는 게 정도다. 내란예비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당원들을 위해 대중 집회를 여는 것은 정치권력으로 수사를 억누르려는 것으로 비춰지기 십상이다.

진보당이나 이 의원은 국정원 수사를 “광기 어린 민주압살이나 진보세력을 말살시키려는 정치 모략” “민주시민을 두려움에 떨게 하려는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공 사건이나 국가안보 관련 사건을 수사하는 것은 국정원의 고유 업무다. 이번 수사를 정치모략이나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하려면 법적 절차에 따라 혐의를 벗는 게 먼저다.

이 의원과 진보당이 뒤늦게 압수수색에 협조하겠다고 밝힌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 의원실 압수수색이 개시 하루를 넘어서야 시작된 점은 유감이다.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대거 이 의원실 앞에 포진해 몸으로 수사기관을 막은 것은 초법적 행태다. 그 사이 문서 파기까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일 뿐 아니라 스스로 유죄를 인정하는 행동이다.

진보당은 2005년 5월 9일 사할린 유전개발 의혹 사건으로 의원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한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나 2011년 12월 15일 중앙선관위 디도스 공격 사건 당시 역시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했던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이 수사에 협조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의 정당, 대한민국의 의원, 대한민국을 국적으로 둔 자연인이라면 정당한 절차를 밟은 국가기관의 수사에 응하는 것이 당연하다.

국정원은 수사를 엄중하게 진행해 결과물을 조속히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국정원은 수사대상자들의 혐의를 입증할 명백한 증거물을 제시하는 동시에 수사 절차상 왜 현 시점에서 압수수색이 불가피했는지 충분히 설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이 3년 동안 내사 중이던 사건으로 압수수색에 돌입한 때가 국정원 개혁 여론이 비등한 시점이었다는 점 등을 놓고 기획수사설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