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해방운동의 씨 뿌린 듀보이스의 사상

입력 2013-08-29 18:36


니그로/W.E.B. 듀보이스(삼천리·1만5000원)

올해는 미국의 흑인운동 지도자 윌리엄 에드워드 듀보이스(1868∼1963)가 말년에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가나에서 생을 마감한 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흑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인종 차별이 극에 달했던 100년 전 미국에서 출간돼 흑인해방운동과 범아프리카주의의 이론적 토대가 된 이 책은 지금도 흑인 문제에 관한 역작으로 평가받는다. 시대를 뛰어넘는 듀보이스의 예지와 혜안이 번뜩이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 사회는 묘지까지도 흑백이 분리될 정도로 인종 차별은 극심했고 흑인에게 가해진 폭행과 살해도 극에 달했다. 그러나 그는 위험을 무릅쓴 채 “인종이란 만들어진 허구이며 종족 간의 차이는 인정하지만 우열은 가릴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지구상에 살아가는 사람들 대부분이 피부가 하얗지 않다는 점을 전제하면 ‘인류애에 대한 믿음은 유색인에 대한 믿음’이라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선견지명이 있었는지 놀라게 된다. 어찌 알겠는가. ‘모든 새로운 것은 아프리카에서 나온다’라는 이 책의 마지막 문장처럼 어쩌면 피부색만으로도 ‘니그로’가 하나의 정부가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황혜성 옮김.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