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 신의·정의 깨달았으면”… 초·중학생 대상 ‘만화 삼국지’ 출간 만화가 이현세

입력 2013-08-28 19:09


“국내에도 2∼3년에 한 번씩은 삼국지 만화가 나오고, 전 세계로 따지면 1년에도 10여개씩 삼국지 관련 작품이 쏟아질 겁니다. 그 안에서 제가 그린 삼국지가 어떻게 평가받을지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고 그렸습니다.”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유명한 국민 만화가 이현세(57) 화백이 최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만화 삼국지’ 전집(총 10권)을 5년간의 작업 끝에 펴냈다. 28일 서울 경운동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는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빠져 마땅히 배워야 할 것들을 배우지 못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삼국지를 읽고 그 안에 담긴 신의와 정의로움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작업 배경을 전했다.

9세 때 아버지를 여읜 이 화백은 스포츠나 영웅이 소재로 된 만화를 통해 ‘남자의 세계’를 배웠다고 했다. 그는 “이번 만화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 할아버지가 손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보고 싶은 삼국지를 그렸다”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원작 내용을 ‘이현세답게’ 각색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에선 후한 말기 장수 여포와 그의 후처인 초선의 관계가 더욱 극적으로 나온다. 장비도 원작보다 훨씬 희화화된 모습으로 그렸다. 유약한 남자인 유비는 자주 울어 수도꼭지라고도 불리고, 고집 센 남자인 관우는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외모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삼국지에서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 조자룡입니다. 주군에게 충성하는 모습. 순수한 칼잡이. 전투를 있는 그대로 즐기는 개념이 없는 친구죠. 이번 만화를 보시면 제가 조자룡을 가장 좋아했다는 것을 다들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마지막 장면에선 스스로 숲을 떠나는 호랑이로 묘사해 영웅처럼 보이게 했죠.”

그간 이 화백의 작품에선 스케일이 큰 전투장면이나 싸우는 장면이 자세히 묘사돼 있었다면 이번 엔 오히려 상황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이 많다. 등장인물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영웅과 패배자의 대결구도를 분석하기도 한다. 그는 “10권 안에 삼국지 내용을 담아야 해 새로운 연출법이 필요했다”며 “아이들의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 있게 단어 하나하나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이 화백은 이번에 펴낸 ‘만화 삼국지’를 성인용 특별판으로도 만들어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삼국지야말로 그의 40년 만화 인생을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이들에게 선물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가 두고두고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출판사에 특별판을 1000부만 찍자고 제안했는데 흔쾌히 받아줬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계획도 슬쩍 털어놨다. “삼국지 작업을 해보니 십자군 전쟁도 만화로 그리면 참 재밌을 것 같아요. 아니면 중국 고전 시리즈로 서유기, 초한지, 수호지도 재밌을 것 같고요. 한편으론 30∼50대를 위한 웹툰, 영역을 넓혀 더 다양한 대상을 위한 웹툰이 필요하지 않나 고민하고 있습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