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정리하고 이웃도 돕고… 한화손보 이강만 상무 블로그 소개
입력 2013-08-28 19:10 수정 2013-08-28 22:08
지난 27일 저녁 서울 대치동 베다니교회. 서둘러 퇴근한 중장년의 남성과 여성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손에는 와이셔츠, 코트, 스웨터 등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한화손해보험 이강만(50) 상무가 자신의 블로그 ‘미생(美生) 이야기’에 소개했던 미담의 주인공들이기도 하다. ‘옷장 프로젝트’라는 이벤트 제목으로 그들이 이곳에 모인 사연은 이렇다. 페이스북을 통해 주변의 미담 주인공을 소개하던 이 상무는 독자층도 생기고 사연도 길어지자 2011년 여름부터 아예 블로그를 만들었다. 주 1회씩 올라가던 이야기가 100회를 돌파한 지난 달 중순 사회적 기업 ‘스토리스토어’에서 연락이 왔다. 미담 주인공들로부터 ‘입자니 그렇고 버리자니 아까운’ 옷장 속 옷을 기부받아 사회에 돌려주면 어떻겠느냐는 것이다. 이 상무가 일일이 연락해 취지를 얘기했더니 일정이 겹치는 사람 외에는 모두가 흔쾌히 응했다.
행사장은 차관에서 일선 경찰관까지, 기업 CEO에서 신입 연수원생까지 다양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60명 이상이 모였으니 대단한 성과다. 이 상무는 참여 열기에 감동했는지 흥분돼 보였다. 그는 “다들 바쁘실 텐데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고맙고도 놀라웠다”며 “사회에 기부하고 싶은 욕구는 있었으나 그걸 표현할 계기가 없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베다니교회 마성호 목사는 교인에게 간이식을 해주려 결심했으나 부적합 판정을 받고 고민했었다.그때 주저하지 않고 간을 나눠준 교인 김성배 온누리요양병원장과 함께했다. 이경옥 안전행정부 차관은 벽지 중학생들을 서울로 초청, 청와대 국회 등을 견학시켜준 것이 블로그에 소개됐었다. 친절로 칭찬을 들었던 서울 송파경찰서 허주광 경위는 딸과 함께 와 인사했다. 보험대리 업체인 유앤아이의 김호열 회장은 행사 소식을 듣고 블로그에 자신 이야기도 써달라고 ‘청탁’했던 사람이다. 그는 “몸무게가 50㎏ 가까이 불어나 작아진 옷 처리가 고민이었다. 옷장 속에 못 입는 옷이 세 부대나 되니 가져가라 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행사를 제안한 스토리스토어는 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의류를 기부받지만 이렇게 오프라인 행사도 기획한다. 기부받은 의류는 가방, 쿠션, 액세서리 등으로 리폼해서 판다. 수익의 일부는 절단장애인 지원에 쓰이는데, 특히 기부받은 의류를 리폼해 그들만의 옷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쪽 팔이 없는 장애인의 경우 다른쪽 팔의 굵기가 아주 굵어 기성복으로는 불편하다”는 것이 스토리스토어 이상진(42)대표의 말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