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시대 개막? “기준 까다로워…” 증권사들 시큰둥
입력 2013-08-28 18:35 수정 2013-08-28 22:45
앞으로는 대형 증권사들이 투자은행(IB)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6개월간 실적이 없는 투자자문사는 아예 문을 닫게 되고 주가조작 포상금 규모는 최대 20배 늘어난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9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고 28일 밝혔다.
가장 크게 바뀐 부분은 증권사의 기업대출 시장 공략이다. 그간 증권사들은 기업이 상장, 회사채 발행, 인수합병(M&A) 등을 할 때만 자문사를 맡아 돈을 빌려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자기자본 3조원 이상 증권사는 자기자본 한도 내에서 언제든 기업대출 등 신용 공여가 가능해졌다. 또 연기금, 외국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전담 중개업무도 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은 또 자산운용사와 투자자문사 가운데 6개월간 영업실적이 전무한 투자자문사를 퇴출하도록 규정했다. 올 하반기 퇴출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문사는 모두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독점체제였던 한국거래소의 경쟁자도 등장한다. 대체거래소로 불리는 다자간매매체결회사(ATS) 제도가 개정안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ATS는 한국거래소와 비슷하게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곳이다. 취급 대상이 주권과 증권예탁증권(DR)으로 제한되지만 한국거래소와의 경쟁으로 거래 수수료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식시장의 대표적 큰손인 국민연금 등 공익 성격 기관투자자들은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할 전망이다. 기관투자자는 그동안 ‘10% 룰’에 따라 특정 기업 지분을 10% 넘게 가지고 있을 경우 지분 변동이 있을 때마다 해당 내용을 5일 안에 공시해야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지분 10% 이상을 매매한 날의 다음 분기 시작 달의 10일까지만 공시하면 된다.
빈번히 일어나던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행위를 막기 위한 방안도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포상금 규모도 종전 1억원에서 최대 20억원으로 확대된다. 내년부터는 기업 등기임원의 연봉이 5억원 이상일 경우 개별적으로 공개되기도 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을 환영하고 있지만 IB업무에 대해서는 냉담한 반응이다. 자본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150%로 돼 있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기준을 맞추다보면 기업 대출을 제대로 늘려갈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IB업무를 할 수 있는 증권사 5곳 모두 자금 상황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며 “대부분 시도는 하겠지만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