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플랜트 수주戰, 정부가 ‘실탄’ 지원

입력 2013-08-28 18:35


앞으로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중심이 된 10조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돼 국내 건설업체들을 지원한다. 정부가 ‘정책금융 실탄’을 앞세워 해외건설·플랜트 수주 전쟁 지원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경제 비상시에 동원돼야 할 외환보유액을 지원방안 중 하나로 제시해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단순도급형 사업에 편중돼 있던 해외건설·플랜트 수주를 세계적 추세인 금융주선형,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정책금융 지원을 늘리는 등 맞춤형 금융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방안의 목표를 ‘고부가가치화’에 두고 있다. 건설업체들이 사업개발과 지분투자, 제품구매, 설비 운영 등 해외건설사업 전 과정에 참여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건설사가 시공에만 참여하는 단순 도급사업 비중이 전체의 86%를 차지하는 데다 중국과 가격 경쟁도 쉽지 않다. 특히 올 상반기 수주 증가율이 3.1%에 그쳤고, 플랜트 산업은 마이너스 성장(-1.9%)을 기록하는 등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개발형 사업은 대규모 펀드를 조성해 집중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정책금융기관이 민간보험사나 시중은행보다 많은 리스크를 떠안는 구조의 사모펀드(PEF)를 도입하기로 했다. 해외건설사업은 사업규모가 크고 투자기간이 길어 민간 참여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이다. 2017년까지 75억 달러를 조달하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또 한국정책금융공사(6억 달러)와 한국산업은행(5억 달러)이 주관하는 펀드도 연내 신설하는 등 총 86억 달러(약 9조6000억원) 규모의 재원 조달이 가능할 전망이다. 통상 총사업비에서 펀드로 조달하는 자금 규모는 10% 선이어서 86억 달러의 펀드로 860억 달러(약 96조원)의 사업 지원이 가능해진다. 기재부 윤태용 대외경제국장은 “이번 대책으로 수주 증가율이 연간 3.9∼4.7% 추가 확대될 것”이라며 “2017년까지 매년 1만5000명 내외의 고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주로 활용하는 단순도급 사업 지원도 확대된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보증 규모를 지난해 7조3000억원에서 2017년 15조원으로, 무역보험공사의 보증보험은 지난해 4조1000억원에서 2017년 5조3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정책금융기관들이 대규모 프로젝트 지원에 필요한 외화를 시장에서 조달하기 어려울 경우 외국환평형기금을 활용해 외화유동성 공급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비상금 격인 외환보유액을 비상시가 아닌 때에 꺼내 쓸 수 있도록 한 셈이다. 하지만 최근 신흥국 금융 불안에 시리아 사태까지 감안할 때 외환보유액(지난달 기준 3297억 달러)이 충분치 않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어서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울 때 외환보유액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실제 사용할 일이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