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압수수색] 고성·몸싸움 ‘아수라장’… 이석기 변장 도피설 나돌아

입력 2013-08-28 18:27 수정 2013-08-28 22:36

국가정보원이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 등에 대한 전방위 압수수색을 단행하자 진보당은 격하게 반발했다. 물리적 충돌이 벌어졌고, 이 와중에 진보당 측의 증거인멸 의혹이 불거졌다.

국정원 직원 30여명은 오전 8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520호인 이 의원 사무실에 도착했다. 곧바로 영장을 집행하려 하자 대기 중이던 당직자들은 “변호사를 데려오라”며 실랑이를 벌였다. 국정원 수사관들도 “현장을 보존하겠다”고 맞섰다. 그러나 미리 소식을 들은 당 관계자들이 30분 전부터 사무실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창문 등을 블라인드로 가린 채 각종 문건과 자료들을 파쇄·폐기하고 있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번 압수수색은 수원지검이 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실제 대공 수사권을 갖고 있는 국정원이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미희 의원 등 진보당 인사들은 거세게 항의했고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다. 당 지도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거쳐 오전 8시20분 국회 정론관에서 공식 브리핑을 했다. 홍성규 대변인은 “오늘 새벽 6시30분 대한민국의 시계는 정확히 41년 전으로 돌아갔다. 박근혜정권이 2013년판 유신독재체제를 선포했다”고 비난했다.

30분가량 흐른 뒤 국정원 직원들이 강제로 문을 열려 하자 그때서야 보좌진들은 나왔다. 같은 시각 진보당 측 변호인도 도착했다. 수사관들은 회색 압수수색용 박스를 들고 45평 크기의 사무실로 진입했다. 탕비실에서 이 의원 보좌관인 우위영 전 대변인의 신체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러나 사무실 내 이 의원 집무실의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못했다. 이정희 대표와 오병윤·이상규·김재연 의원 등 당 관계자 10여명이 의자에 앉아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 장시간 방해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원은 다음달 4일까지 기한을 연장한 압수수색 영장을 추가로 발부받았다.

이 의원은 나타나지 않았고, ‘변장 도피설’까지 돌았다. 국정원은 서울 사당동 이 의원 자택에서 1억원 상당의 현금 다발을 발견했다. 홍 대변인은 “부동산 임차보증금 반환 용도로 사용할 급전”이라며 공작금 의혹을 일축했다. 이 의원은 현역의원 신분이라 국회 동의가 없는 한 체포영장을 피해갈 수 있다. 대신 국정원은 압수수색 영장 범위에 ‘신체’도 포함시켰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현재까지 이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것은 없으며, 법무부로부터 통보받은 것도 없다”고 말했다.

현역 의원회관 사무실 압수수색은 2005년 5월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유전의혹 사건), 2011년 12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디도스공격사건) 등을 상대로 이뤄진 적이 있다.

국정원은 또 오전 6시30분부터 10시간여에 걸쳐 경기도 수원·양주·안양·하남 등에 있는 진보당 주요 당직자 자택 및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의원과 우 전 대변인을 비롯한 김홍열 경기도당위원장, 홍순석·김근래 부위원장, 박민정 전 중앙당 청년위원장, 한동근 전 수원시위원장 등 당 관계자와 이영춘 민주노총 고양파주지부장, 이상호 수원진보연대 지도위원, 조양원 사회동향연구소 대표 등 10명이다.

김아진 정건희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