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압수수색] 이석기 주도 ‘RO’ 비밀회합서 적기가 부르며 사상학습

입력 2013-08-28 18:26 수정 2013-08-29 04:58


국가정보원과 검찰이 28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과 진보당 관계자들을 압수수색하며 적용한 혐의는 형법상 내란음모죄와 국가보안법 위반이다. 국정원은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내사를 진행해왔으며, 녹취록 등 결정적인 물증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릐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내용=국정원과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이 의원이 주도하는 비밀 모임을 ‘RO(일명 산악회)’라고 적시했다. RO는 ‘Revolutionary Organization’의 약자로 ‘혁명 조직’ 정도로 해석된다. 이 의원이 조직의 총책이며 이 조직이 내란음모를 꾸몄다는 게 국정원의 기본 얼개다. 국정원, 검찰 등 사정 당국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이 의원의 조직은 수차례 비밀 회합을 통해 ‘내란음모’를 꾸몄다.

국정원 수사진은 이상호 수원진보연대 지도위원의 경기도 수원시 정자동 자택 압수수색에 앞서 제시한 영장에서 “(이씨 등이) 지난 5월 서울 모처에서 당원 130여명이 모인 가운데 비밀회합을 했고 경기남부지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전쟁 발발 시 유류 저장소나 통신시설 등을 폭파해 폭동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물적, 기술적 준비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확보한 RO 모임 녹취록에 따르면 이들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 경우에 대비한 논의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한을 침략했을 때 이를 돕기 위해 남한 내 세력들이 파출소나 무기 저장소 등을 습격할 준비를 하고,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방안도 논의했다. 파출소 습격, 핵심 시설 장악 등의 목표는 남한 내 혼란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파악된다. 특히 핵심 조직원 100여명을 여러 개 조직으로 나눈 다음 각각의 하부조직에 별도 임무를 부여하는 등 상당히 치밀한 역할 분담까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2004년부터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서 비정기적 회합을 갖고 이 같은 준비를 지시해 온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이 의원이 2012년 4월 총선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2번으로 당선된 뒤 경기동부연합 지하조직 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핵심 조직원 100여명에게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준비하라”고 지시한 발언의 녹취록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RO 모임 때마다 ‘민중의 기 붉은 기는 전사의 시체를 싼다…’로 시작하는 ‘적기가(赤旗歌)’를 불렀다. 원래 독일 민요였던 ‘적기가’는 일제시대인 1930년대부터 공산주의자들이 번안해 부르면서 널리 알려졌고 북한에서 불리고 있는 일종의 ‘혁명가요’다. 또한 모임 때마다 주체사상 관련 책자로 이른바 ‘사상학습’을 했던 것으로도 조사됐다. 국정원과 검찰은 이 자료가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결정적 증거로 판단하고 있다.

릐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온 국정원=국정원은 민족해방(NL) 계열의 경기동부연합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지하 혁명조직 내부 지침을 통해 통합진보당 결성을 주도하고 이 의원 등의 원내 진입을 준비하는 시점부터 치밀하게 내사를 진행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 소속 서상기 국회 정보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2010년보다 더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철저히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보위 소집 여부와 관련해 “이번 사안은 수사기관이나 법에 따라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재중 김동우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