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대기업 회장단 오찬] 상법 개정안 완화될 듯

입력 2013-08-28 18:21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상법 개정안에 재계 의견이 대폭 반영될 전망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10대 그룹 총수와의 간담회에서 상법 개정안 문제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 내용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법무부가 입법예고한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다. 이사와 감사위원의 분리 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집행임원 도입, 다중 대표소송제, 전자투표제 의무화가 그것이다.

상법 개정안 중에서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는 방안은 가장 큰 반발을 사고 있다. 감사위원을 이사와 분리해서 뽑을 뿐만 아니라 감사위원 선출 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이 3%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대주주가 지분만큼 의결권을 행사해 이사를 뽑고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했다. 사실상 최대주주가 감사위원까지 선출하는 셈이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기타 주주들이 연합해 최대주주와 대립하는 감사위원을 선출할 수 있다. 외국계 펀드 등이 기업 경영권을 농락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는 집중투표제와 집행임원제 의무화도 부담스러워한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뽑을 때 주당 1표씩 의결권을 주는 단순투표제와 달리 선임되는 이사진 수만큼 각 주주에게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이사 수에 따라 다수의 의결권을 확보한 뒤 이 의결권을 한 사람에게 집중해서 투표할 경우 소액주주도 자신을 대표하는 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집행임원제 의무화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회사의 경우 집행임원을 반드시 두도록 하는 것이다. 재계는 경영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경쟁력을 저하시킨다고 꼬집는다.

그러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정치권에서도 상법 개정안 완화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만만찮다. 김한기 경제정의실천연합 경제정책팀장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도 상당부분 재계의 요구를 수용했다”면서 “상법 개정안의 후퇴는 경제민주화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