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분석] 입학사정관 1900억·니트 425억… 어설픈 교육실험에 ‘헛돈’
입력 2013-08-29 04:58
국가영어능력평가(니트), 입학사정관제, 수준별 A/B 대학수학능력시험, 고교다양화, 성취평가제…. 지난 정부가 힘주어 추진했던 교육정책들이지만 현재 폐기되거나 대폭 축소돼 유명무실해지거나 유보된 것들이다. 교육 현장의 혼란 등 막대한 유·무형의 비용이 들었지만 책임지는 정치인이나 관료는 아무도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다른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교육부가 정책을 도입하고 시행하는 데 쓴 돈만 해도 적지 않았다.
28일 교육부 등에 따르면 수능 영어를 대체하기 위해서 개발됐던 고교생용 니트 2·3급에는 모두 371억4600만원이 들었다. 평균 응시인원이 600명도 안돼 지지부진한 성인용 1급까지 포함하면 425억원이 넘는다. 니트는 당초 한국형 토플을 목표로 출발했지만 이명박 정부의 영어 몰입식 교육 정책과 맞물리면서 수능 대체로 결정됐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들이고도 최근 시험 도중 답안이 사라지는 치명적인 전산 오류가 발견됐고, 응시인원이 적자 교사들을 강제 동원했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결국 사교육비 증가, 시험 안정성 우려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전날 발표된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에서 백지화됐다.
수준별 수능의 경우 예산보다는 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다. 니트처럼 시스템을 통째로 개발하는 것이 아니고 기존 수능 인프라를 활용하기 때문에 비교적 큰 돈이 들지 않았다는 것이 교육부 해명이다. 그래도 통상 새로운 제도가 도입될 때는 정책연구용역, 공청회·토론회 등 전문가·이해관계자에 대한 의견수렴 비용이 든다. 연구용역은 통상 1건당 2000만∼5000만원, 토론회·공청회는 1회당 100만∼500만원이 필요하다. 전국 진로진학교사들을 위한 연수에도 4억원이 들었다.
2020년 이후로 미뤄진 성취평가제의 경우 성취 척도를 개발하는 데만 3억6000여만원이 들었다. 토론회·공청회는 80여회 했으며, 정책연구도 진행했으나 횟수와 소요비용은 담당자가 바뀌고 자료가 없어서 확인되지 않는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준별 수능이나 성취평가제의 경우 예산보다는 행정력 낭비, 현장의 혼란 등 무형의 비용이 훨씬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돈으로 환산하기 어렵지만 일선학교에서 B형반 운영을 하는데 소요된 비용이나 복잡해진 수능에 따른 입시컨설팅 비용, 사교육비 등을 고려하면 천문학적인 비용의 부담을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지웠다.
입학사정관제의 경우 2007년부터 현재까지 1900억원이 투입됐다. 이 제도는 전날 발표된 대입전형간소화 방안에 따라 학교생활기록부 전형으로 흡수돼 명맥만 유지하게 됐다. 현장 입학사정관들은 이 방침을 ‘사실상의 폐지’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정부는 이 제도를 시행하는 대학들에 2007년 20억원을 시작으로 2008년 157억원, 2009년 236억원, 2010년 350억원, 2011년 351억원, 지난해 391억원, 올해 395억원 등을 지원했다. 70% 정도는 인건비였다.
고교다양화 정책의 산물인 자율형공립고에는 116개교에 매년 1억∼2억씩 지원됐으며 현재까지 274억원이 투입됐다. 고교다양화 정책은 일반고 역량 강화 정책에 따라 사실상 폐기됐다. 자공고는 모두 일반고로 전환될 예정이며, 자율형사립고는 선발권 등 각종 혜택을 없애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