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당 압수수색] “이석기, KT혜화전화국 타격·인명살상 모의”
입력 2013-08-28 18:13 수정 2013-08-29 04:53
국가정보원이 이석기 의원 등 통합진보당 핵심 인물들의 내란음모 혐의를 잡고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총책인 비밀 지하조직이 ‘유사시 통신·유류시설 등 국가 기간시설 파괴’ ‘파출소·무기보관소 습격 및 폭동 실행’ 등을 결의한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수원지검의 지휘를 받아 28일 오전 6시40분부터 이 의원, 김홍열 경기도당 위원장 등 진보당 현역 의원 및 당직자들의 집과 사무실 등 18곳을 압수수색했다. 또 홍순석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 3명을 체포했다. 이 의원을 포함한 핵심 관련자 10여명은 전원 출국금지됐다. 이들에게는 형법상 내란음모와 국가보안법(찬양·고무 등) 위반 혐의가 적용됐다.
국정원은 압수수색 영장에 ‘지난 5월 서울의 한 종교시설에서 당원 130여명이 모여 비밀회합을 했고 경기 남부지역의 통신시설과 유류시설 파괴를 모의했다’는 혐의를 적시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 등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당선된 뒤 열린 회의에서 “유사시에 대비해 총기를 구비하라”는 취지의 논의를 한 녹취록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도권 진입’-‘물적·기술적 준비’-‘전쟁 발발 시 주요 거점 파괴 및 인명살상을 통한 혼란 야기’ 등의 단계별 내란음모를 세웠다는 것이다. 이들은 국가 중추 네트워크 센터인 KT 혜화전화국도 타격 대상으로 지목했다고 한다. 국정원은 이런 음모의 배후에 이 의원이 이끄는 ‘RO(일명 산악회)’란 조직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비밀결사 조직원 100여명이 외부 접근을 차단한 채 체제 전복을 위해 자신들의 역할을 결의했다”며 “얼핏 황당하게 들리지만 진지한 논의였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이런 게 진짜일까’라고 할 정도로 깜짝 놀랄 만한 내용”이라고 전했다.
공안 당국은 2010년부터 진보당의 모체인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의 행적을 면밀히 추적해 상당한 분량의 자료를 축적했다. 한 관계자는 “경기동부연합 쪽이 수사의 핵심”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 이들의 활동에 대한 자료 축적이 되지 않아 몇 년 전부터 국정원이 다시 내사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부정선거의 실체가 드러남에 따라 초유의 위기에 몰린 청와대와 해체 직전의 국정원이 유신시대의 용공 조작극을 21세기에 벌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책임지라는 ‘촛불의 저항’이 거세지자 이를 잠재우려는 공안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