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화해 제스처… 美, 화답할까
입력 2013-08-28 18:03 수정 2013-08-28 22:57
로버트 킹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의 방북이 27일(현지시간) 전격 발표됐지만 워싱턴 외교가에서 킹 특사의 방북설은 지난 5월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시점은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케네스 배(배준호)씨가 15년 형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은 무렵이다.
자국 시민이 중형을 선고받고 수감생활을 시작한 데 대해 미국으로서도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전례’대로 북한은 미국과 직접 대화를 위한 매개체로 억류자(배씨)를 이용하려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북한은 지미 카터 전 대통령 등 중량감 있는 미국 측 인사의 방북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는 ‘카터 대통령이 가더라도 이는 개인 자격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킹 특사를 보내겠다고 주장해 왔다고 한다.
일단 킹 특사의 방문은 북·미 양국이 ‘당국 대 당국’의 접촉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2·29 합의를 도출한 북·미 양국은 지난해 4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1년4개월간 당국간 대화를 중단해 왔다. 킹 특사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을 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첫 미국 고위관리이기도 하다.
특히 방문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이산가족 상봉 합의 등 남북간 대화 분위기에다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방북과 맞물렸다. 북한은 킹 특사를 통해 미국에 직접 대화를 원한다는 유화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서 북한은 19일(현지시간) 방미한 중국 국방부장을 통해 “3자 또는 4자회담에라도 참여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북·미 직접대화를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북·미 간 화해 분위기 조성에는 역할을 하겠지만 6자회담 재개 등 본격적인 북·미대화에 대한 미국의 호응을 이끌어 낼지는 미지수다. 미국은 앞으로의 북·미대화가 ‘진정성 있고 신뢰할 수 있는(authentic and credible)’ 대화가 돼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비핵화와 관련한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야 북한과 대화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 소식통은 “핵 문제에 대한 북한의 확실한 태도 변화야말로 미국이 원하는 알파와 오메가”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이후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빌 클린턴 및 카터 전 대통령, 킹 특사 등이 방북했지만 북·미관계에 뚜렷한 변화가 있었느냐”고 반문하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북·미대화든 인도적 지원이든 북핵 문제든 미국의 입장은 굉장히 확고하다”면서 “전반적 분위기 조성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킹 특사 방북이 인도지원과 북·미대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좀 무리”라고 밝혔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