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데이 H아워 언제”… 美·英 저울질

입력 2013-08-28 17:58 수정 2013-08-29 00:50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이르면 29일 개시하는 시리아 공격은 군과 정부 시설을 골라 타격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시리아가 맞대응하고 이란 등 우방국까지 군사적으로 개입한다면 확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27일(현지시간) 미군이 29일부터 사흘간 시리아를 상대로 미사일 공격을 실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미 NBC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 영국 프랑스가 시리아 주요 시설을 48시간 동안 순항 미사일로 타격하는 방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리아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이번 주 들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시리아 공격이 다소 늦춰지더라도 상황은 29일을 기점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시리아 공격 논의를 주도한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날 의회를 소집해 출군을 위한 동의 절차를 밟기로 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도 같은 날 긴급회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앤더스 포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28일 나토 대사들과의 모임 후 발표한 성명에서 “시리아에서의 화학무기 사용은 결론 없이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28개 군사 동맹국은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서 “영국이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사용을 비난하고 시리아 시민 보호에 필요한 조치를 허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오늘 유엔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백악관은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증거를 이번 주 중 공개키로 했다.

다만 시리아에서 화학무기 피해 지역을 조사 중인 유엔 직원들이 철수할 때까지는 신변 안전 등의 문제로 공격을 보류할 공산이 크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취재진에게 “지금 이 시점에서 내 권한이자 책무는 철저하고 완벽한 조사를 수행하는 것”이라며 “조사가 끝나려면 4일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시리아 공격이 시작된다면 미국이 구축함이나 잠수함에서 미사일로 타격하고 영국은 전투기로 공습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최근 크루즈 미사일을 장착한 구축함 4척을 시리아 인근 지중해에 배치했다. 영국은 시리아 해안에서 160㎞ 떨어진 키프로스 공군기지에 전투기와 수송기를 집중시켰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주요 군·정부 시설을 겨냥해 야간 기습공격을 감행할 것으로 본다. 미군은 정밀 타격이 가능한 토마호크 미사일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 표적으로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동생 마헤르 알 아사드가 지휘하는 제4여단이 거론된다. 공화국군과 대통령궁 경비 병력도 주요 공격 대상이다. 화학무기 관련 시설은 주변 지역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공격 대상에서 배제될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시리아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며 “정권교체는 정치적 협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캐머런 영국 총리도 “시리아 공격은 중동에서의 전쟁이나 시리아 내전에 관한 게 아니라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조치일 뿐”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