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소강석] 동로마 제국의 멸망과 한국교회(중)

입력 2013-08-28 17:46


끝없는 반목·갈등의 고리 이젠 끊자

1453년 5월 29일은 1000년 제국, 동로마제국의 콘스탄티노플이 처참하게 멸망한 날이다. 콘스탄티노플은 오스만 튀르크의 수도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뀌었고 100여개의 화려한 성당은 모스크가 되었다. 그 땅에서 기독교는 잔재조차도 남지 않고 소멸되어 버렸다. 그것은 타락한 기독교, 힘없는 기독교는 패망한다는 준엄한 역사적 경고요, 거울이었다. 동로마제국 멸망의 두 번째 원인은 교회가 끝없는 분쟁과 싸움을 하며 연합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메흐메드 2세의 아버지인 마호메트 2세는 동로마 제국과 상호 불가침 평화협정을 맺고 위장된 안정을 심어 주었다. 그러면서 내부적으로는 치밀하게 전쟁 준비를 해 왔다. 콘스탄티노플로 가는 해역에 궁궐을 지어놓고 서방 기독교와 심지어는 러시아의 배들까지 통행을 차단시키며 동로마제국을 고립시켜 나갔다. 뿐만 아니라 마호메트 2세는 동로마제국의 귀족과 서방 기독교 국가의 왕가와 정략결혼을 하여 친 이슬람세력으로 만들어 갔다. 메흐메드 2세 역시 그의 아버지가 비잔틴 주교(목사)의 딸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동로마제국은 계속 내적 분쟁과 싸움만을 일삼으며 연합을 하지 않았다. 교권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증오와 적개심을 품은 성화 반대파들 중 1만5000명이 메흐메드 2세의 돈을 받고 이슬람의 군사가 되어 버렸다. 교권을 가진 자들이 망해야 자기들이 산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메흐메드 2세가 콘스탄티노플 도성을 점령하려는 목적이 평화를 주기 위해서였다고 말했겠는가. 실제로 메흐메드 2세는 콘스탄티노플 도성을 점령한 후에 성 소피아 성당의 문을 열면서 이렇게 외쳤다. “내가 어릴 때 나의 어머니에게 배웠던 기독교는 평화의 종교였다. 그런데 왜 너희들은 한 하나님을 섬기고 같은 예수님을 믿으면서도 늘 싸우기만 한단 말이냐. 그래서 내가 너희들에게 알라의 이름으로 평화를 주러 왔노라.” 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말인가. 이 말이 우리의 가슴에 대못처럼 박혀야 한다.

서방 기독교 국가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였다. 동로마 제국이 함락되기 전 황제 마누엘 2세가 위기를 직감하고 서구 기독교 국가들에게 도움을 구하려 순방을 하였다. 그러나 서구 기독교 국가들은 교리가 다르다고 외면했다. 그래서 동로마 황제는 구걸 외교를 하게 된다. “형제들이여, 우리가 다 똑같은 기독교인이 아닙니까? 교리가 좀 다르면 어떻습니까? 만약에 콘스탄티노플이 망하게 되면 언젠가는 유럽도 다 이슬람화가 되어 버리고 말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십시오.” 그렇게 구걸을 해도 그는 냉소와 질시만 받고 말았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지나치리만큼 편집증적인 전통과 교리적 자존심 때문에 서로 싸우며 연합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우리는 성경의 객관적 권위와 축자영감을 부인하는 주장이나 종교다원주의 사상을 절대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독교가 연합해야 할 때는 반드시 힘을 모아야 한다. 한 하나님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 진리를 고백한다면 약간의 신학과 교리의 차이가 있더라도 이단이나 이슬람 세력보다는 더 낫지 않는가. 바로 그 연합의 힘이 한국교회를 지켜주고 조국의 영적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슬람은 지금 치밀한 전략과 돈을 앞세워서 수쿠크법과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다. 또 대중문화와 매스컴을 장악하며 교회를 무너뜨리고 교화하려고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분열과 싸움만 하며 연합하지 못하고 있다. 아무런 대응 전략을 세우거나 투자도 하지 않고 입으로만 정죄하고 비난한다. 한국교회의 몇몇 의식 있는 지식인들이 자신의 몸을 바쳐서 싱크탱크를 만들어 전술과 전략을 연구하고 있지만 누가 얼마나 그들을 후원하고 있는가. 서로 교권과 기득권을 차지하려고 분쟁하고 싸우고만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여전히 분열하고 다투며 서로 연합하지 못한다면 한국교회도 동로마 제국의 최후처럼 비참한 말로를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해 보지 않았는가. 한국교회가 분쟁하고 싸우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세력이 이단이고 이슬람이다. 한국교회의 분열과 다툼을 틈타 이단들이 바이러스처럼 침투해 한국을 이슬람화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한국교회여, 이제 분쟁과 싸움을 그치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연합의 깃발을 높이 올리자. 민족복음화, 통일조국, 세계선교라는 더 큰 바다, 소망의 항구를 향해 하나 되어 나아가자.

소강석 목사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