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죽하면 재판부가 삼성가에 화해 권고했을까

입력 2013-08-28 17:31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유산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삼성가(家) 형제들의 상속분쟁 항소심을 맡고 있는 재판부가 27일 화해를 권고했다. 원고인 이 창업자의 장남 이맹희씨 측과 피고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측이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자 중재에 나선 것이다.

맹희씨 변호인은 “‘위법하게 상속 재산을 독차지한 자’와 상속 재산의 존재 자체를 모른 채 ‘정당한 권리를 빼앗긴 자’ 가운데 누구를 더 보호할 것인지를 가리는 소송”이라며 “장자로서 더 늦기 전에 가문의 영을 세우려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회장 측은 “선대회장의 확고한 유지에 따라 그룹의 경영권과 이를 뒷받침하는 삼성생명·삼성전자 차명주식을 정당하게 단독 상속했다”고 반박했다.

양측은 지난해 4월에도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주고받아 세간의 따가운 눈총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이 회장은 “고소한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니까 그렇게 섭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맹희씨와 누나 숙희씨를 비난했다. 그러자 맹희씨는 “건희가 어린애 같은 발언을 하는 것을 듣고 몹시 당황했다”고 비판했다.

변호인을 통한 항소심 발언 수위는 지난해 4월 격돌할 때보다 상당히 완화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아직도 양측의 상속분쟁을 보는 서민들의 시선은 고울 리가 없다. 하루하루 힘겹게 생활하는 서민들의 눈에는 아주 많이 가진 사람들이 조금 더 갖겠다고 욕심을 부리는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양측 변론을 들은 재판부가 “형제 간의 다툼은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준다”며 “(변호인은) 서로 화해할 수 있도록 의뢰인들을 설득해 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라는 속담처럼 재판부 권고는 아주 적절하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양측의 상속분쟁 과정이 시시콜콜하게 세상에 알려지면 기업 이미지에 이로울 것이 없다. 법적 공방이 지속될수록 가장 득을 보는 것은 양측 변호인일 것이다. 맹희씨도, 이 회장도 승자가 되기 어렵다는 말이다. 양측이 마주앉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국민은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