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 샴리즈… “한국 배우들 연기에 대한 感 탁월 정부 지원 늘리면 독립영화 크게 발전할 것”

입력 2013-08-27 19:39 수정 2013-08-27 22:32


한국서 신작 촬영… 이스라엘 예술영화 감독

“한국 배우들 대단합니다. 연기에 대한 감(感)이 아주 뛰어나요. 이건 보디랭귀지(몸짓언어·body language)가 아니라 비욘드랭귀지(언어초월·beyond language)라 해야 할 정도예요.”

독일에서 활동 중인 이스라엘인 예술영화 감독 리오 샴리즈(35). 그는 최근 7∼8년 사이 국제무대에서 독립영화 부문의 주목받는 감독 중 한 사람이다. 데뷔작 ‘저팬 저팬(Japan Japan)’(2006), ‘토성의 귀환(Saturn Return)’(2010) 등 총 14편의 작품이 로카르노 영화제, 토리노 영화제 등 유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시사회를 갖거나 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신작을 한국에서 찍었다. 3주에 걸친 촬영 작업을 막 끝낸 그를 최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자리에 앉더니 배우들 칭찬부터 꺼낸다.

그는 “대본 없이 즉흥 연기를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그것도 영어로 지시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상황인데도 배우들이 제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포착하더라”고 말했다. 그래선지 언어라는 매개를 뛰어넘는다는 의미에서 ‘비욘드랭귀지’라는 산뜻한 표현을 썼다. 기대 이상으로 호흡이 좋아 40분짜리로 기획됐던 흑백 영화는 1시간 분량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번 작품은 ‘독립 영화계의 하정우’로 불리는 원태희가 캐스팅돼 화제가 됐다. 원태희는 ‘백야’(감독 이송희일)로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 레드카펫을 밟았다. 두 사람은 그때 알게 됐다. 원태희를 비롯해 예나김 예수정 등 30여명의 배우와 스태프들이 모두 무보수로 제작에 참여했다. 그만큼 감독의 국제무대 경험을 높이 산 것이다. 덕분에 신작은 ‘수백만원짜리 초저예산 영화’가 될 것이라고 한다.

그는 “이렇게 좋은 배우들이 있으니 정부가 좀 더 지원을 해준다면 한국의 독립영화는 더 크게 발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정부의 영화 지원 현황을 물었더니 “어마어마한(huge) 서포트”라고 비유했다. 유럽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싼 물가와 함께 이런 정부의 지원은 세계의 우수 영화 인재를 독일로 끌어들이는 요인이라고 한다.

“사랑의 메타포로서 죽음을 다룬다”는 이번 영화는 편집 등의 추가 작업을 거쳐 내년쯤 국제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영화 촬영은 서울문화재단 산하 금천예술공장의 레시던시 프로그램 초청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3개월 체류 예정 기간이 이달 말 끝남에 따라 내달 미국으로 간다. 명문인 ‘캘리포니아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에서 가을 학기 동안 예술영화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샴리즈는 이스라엘의 예루살렘 영화학교에서 영화를, 베를린 예술대학교에서 미디어를 전공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