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소강석] 동로마 제국의 멸망과 한국교회(상)
입력 2013-08-27 18:57 수정 2013-08-27 20:27
복음의 ‘본질’ 잃으면 모든걸 잃는다
한국교회는 지금 연합기관의 분열, 보수·진보의 신학적 대치로 힘을 잃어가고 있다. 분열과 교회안의 싸움은 예수 그리스도의 권위보다 정치목사들의 권위를 더 치켜세웠고, 극단적 개 교회주의는 ‘신천지’와 ‘전능하신 하나님의교회’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등 사이비 이단들의 막가파식 포교에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금의 한국교회 상황을 동로마제국의 말기증세와 비슷하다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미션라이프는 ‘동로마제국의 멸망과 한국교회’란 제목으로 소강석(새에덴교회) 목사의 특별기고를 3회에 걸쳐 싣는다.
기독교 문화를 꽃피웠던 동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노플 성벽은 3중으로 되어 있었다. 높이가 20m나 되어 도저히 무너질 수 없었다. 더욱이 외부성벽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서 그 도성이 점령을 당한다는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기적은 일어나고 말았다. 1453년 5월 29일 1000년 동로마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튀르크에 의해 무너지고 만 것이다. 그날 성 소피아 성당에서 사제들과 수녀들, 그리고 성도들이 모여 눈물로 기도하였다. “하나님, 미카엘 천사를 보내 주셔서 짐승 같은 이교도들을 물리쳐 주소서.”
그러나 그들의 기도는 응답되지 않았다. 성벽이 무너지던 날, 성벽 높이 바람에 펄럭이던 십자가기는 땅에 곤두박질 당하였고 이슬람을 상징하는 초승달 깃발이 펄럭였다. 그리고 오스만 튀르크군의 군악대와 말발굽 소리, 대포 소리가 지축을 흔들고 하늘을 찢었다. 술탄 메흐메드2세가 군사들에게 3일 동안 마음껏 약탈을 하고 부녀자들을 겁탈해도 좋다고 하자 오스만 군사들은 굶주린 사자처럼 노략과 겁탈에 나섰다. 아리따운 딸들이 겁탈하려고 휘두르는 오스만 군사들의 칼부림에 팔다리가 잘려 나갔다. 교회 사제들은 목을 베이고, 예배당에서 쓰던 휘장은 어린 아이들을 노예로 끌고 가는 밧줄로 사용됐다. 그리고 100개에 달하는 정교회의 거대한 성당이 이슬람의 모스크로 바뀌었다.
최근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쓴 ‘술탄과 황제’는 동로마 제국의 멸망 상황을 황제의 일기와 술탄의 비망록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어떻게 유럽 일대를 찬란하게 비추고 있었던 복음의 불이 이슬람의 폭풍에 꺼져갔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왜 동로마 제국은 이처럼 비참한 최후를 맞았는가,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 한국교회에 어떠한 교훈을 주고 있는가.
첫째, 동로마제국(교회)이 멸망한 것은 복음의 본질을 잃었기 때문이다. 교회는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있어도 쇠퇴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복음의 본질만 붙잡으면 어떤 역경과 환란이 와도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교회가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리면 기득권싸움, 정치권력 싸움을 하게 된다. 동방 정교회가 그랬다. 431년 에베소회의의 마리아 신성 논의를 기점으로 성화숭배를 놓고 끊임없는 싸움을 하면서 성화숭배 찬성파와 반대파가 번갈아 교권을 장악했다. 성화반대파가 교권을 잡았을 때, 그들은 복음의 본질 추구보다는 교권을 강화하며 교권의 노예가 되고 만다. 그래서 반대파들을 짐승처럼 짓밟아 증오와 적개심만 심어 주었다. 그러다 성화숭배파가 교권을 잡게 되면 성화반대파는 완전히 아웃사이더로 밀려났다. 이들 또한 성화반대파를 노예처럼 짓밟아 버렸다. 그래서 완전히 변방으로 밀려난 성화반대파들이 이슬람 세력과 손을 잡고 튀르크족이 침략해 올 때마다 마치 구세주를 맞는 것처럼 쌍수를 들고 환영을 했다.
동로마제국의 전성기 때 콘스탄티노플 도성 안에 살았던 인구가 100만 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멸망 직전에는 5만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급기야 성화반대파 중 1만5000명의 기독교인들이 돈을 받고 오스만 튀르크의 군사가 되어 버렸다. 당시 콘스탄티노플을 지키는 군사는 7000명밖에 안 되었다는 것을 볼 때 얼마나 큰 타격이었겠는가. 그들이 얼마나 증오로 가득했으면 이슬람과 손을 잡고 콘스탄티노플을 무너뜨리는 일에 앞장을 섰겠는가. 그들이 복음을 아는 진정한 기독교인이었다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동로마제국은 기독교도들에 의해서 스스로 망하게 된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복음의 본질을 추구하기보다 비본질적인 기득권 싸움과 내부 파워게임을 하며 얼마나 갈등하고 분쟁을 하고 있는가. 그러다가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교회를 개혁한다고 세상의 시민단체나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합세한다. 그리고 언론 플레이를 하고 법정 싸움까지 한다. 그들은 교회 개혁과 하나님의 정의를 외치지만 결과는 교회 이미지를 추락하게 하고 교회를 침몰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 얼마나 수치스럽고 부끄러운 일인가. 과거의 역사는 오늘의 거울이다. 역사의 교훈을 알면서도 교회를 무너뜨리는 일에 앞장설 것인가. 한국교회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복음의 본질을 붙잡아야 한다. 오직 말씀, 오직 기도, 오직 성령을 붙잡고 복음의 능력과 처음 사랑을 회복해야 한다. 한국교회여, 다시 거친 폭풍을 헤치며 나가자. 복음의 본질, 그 첫 사랑과 희망의 돛을 올리며.
소강석 목사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