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SK측 김원홍 증인신청 기각

입력 2013-08-27 18:39 수정 2013-08-28 00:41

계열사 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가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에 대한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김씨는 항소심 변론 종결 이후 대만에서 체포되면서 핵심 변수로 떠올랐었다. 재판부는 동시에 최 회장 형제에 대한 공소사실 중 ‘범행동기 및 경위’에 대한 공소장 변경을 검찰 측에 요청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부장판사 문용선)는 27일 최 회장 측의 증인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김씨의 입장을 굳이 법정에서 들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이미 녹취록에서 최 회장 측에 유리한 김씨의 입장을 확인했고, 반대 입장이라면 부를 필요가 없어 보인다”며 “당장 내일 한국에 온다고 해도 증인으로 채택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앞서 재판부의 변론 재개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김씨의 체포가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김씨가 귀국할 것이 확실하다”며 증인채택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가 증인신청을 기각하면서 김씨가 재판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게 됐다. 일각에서는 ‘김씨가 사건을 주도했고, 최 회장은 피해자’라는 SK 측의 재판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는 의견도 나온다. SK 관계자는 “진실을 알고 있는 김씨를 법정에 부를 수 없게 돼 유감”이라고 밝혔다.

증인신청은 기각됐지만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을 통해 동기 부분에 김씨와 최재원 부회장의 역할을 구체화시키도록 요청했다. 재판부는 검찰 측에 “‘2008년 9월 김씨가 최 부회장을 통해 투자 재개를 권유했고 김씨와 최 회장이 자금마련방안을 논의했다’는 식으로 범행 동기와 경위 관련 공소내용을 변경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 회장은 “김씨의 요구가 있었고 수익이 나면 최 부회장에게 나눠줄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의 집요한 요구와 최 부회장에 대한 마음의 빚 때문에 선지급금 조성에 이르게 됐다는 최 회장 측의 방어논리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소장 변경이 최 회장에게 다소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경위와 동기 부분을 변경하는 것이라 유무죄 및 양형과는 무관하다”며 “자식 등록금 마련하려고 도둑질을 했든 도박장 가려고 도둑질을 했든 도둑질한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 사실의 근본적인 부분을 바꾸는 게 아니라 범행 경위나 동기 등 예비적 부분을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며 “공소사실 유지에 유리할지 불리할지는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경된 공소장에 대한 변론은 오는 29일 오전 10시에 열릴 예정이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