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국회 뇌관 ‘국정원’… 셀프 개혁안 싸고 충돌 예고

입력 2013-08-27 18:31

국가정보원 개혁안이 9월 정기국회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개혁안 논의가 잘 되면 여야 간 꽉 막힌 대치정국을 풀 수 있는 출구가 되지만 잘 안되면 비좁은 출구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정원이 지난 7월부터 외부 전문가들과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만들고 있는 ‘셀프 개혁안’은 당초 이번 주 국회 정보위원회에 제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음 달로 넘어갔다. 박근혜 대통령의 관심이 크고,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첨예한 만큼 내부적으로 진통을 겪는 것으로 보인다. 마냥 늦출 수 없는 만큼 9월 초쯤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셀프 개혁안을) 이번 주에 제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내 정치 관여 소지를 없애는 대신 방첩 및 대테러 활동, 산업 스파이 색출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밀도 있게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정원과 새누리당의 말을 종합하면 셀프 개혁안은 국내 정보파트 업무 조정과 부서 통폐합, 인적쇄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통일기반 업무 및 대북정보, 산업스파이·에너지 안보 등 경제안보, 북한 사이버테러 대비활동 등 3대 분야를 강화하는 방안도 흘러나온다. 대신 국회·정당·언론사·법원·검찰 등 주요 기관 상시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전날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부패 관행을 보면 비애감이 든다. 국정원 개혁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셀프 개혁안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향후 ‘민생현안+국정원 개혁안’을 주제로 여·야·청 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국정원 셀프 개혁안이 발표될 경우 여야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에 접근하는 방식은 국정원 댓글 의혹을 바라보는 견해차만큼이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국내 정보파트 폐지, 국회 심의를 받지 않는 국정원 예비비 폐지를 당론으로 채택하는 등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최근 국내 정보 수집권 폐지, 대공수사권 외 수사권 폐지, 정치관여죄 형량 강화, 예비비 폐지 등 4대 개혁안을 발표했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대공수사권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국정원 무력화법”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회 국정원 개혁 특위설치도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반대다. 민주당이 국정원 개혁을 각종 법안처리와 연계할 경우 9월 정기국회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